탈북 32년, 두만강 넘어 시드니/ 김재홍/ 황금알/ 2만원
에디는 북한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청년이었다. 어쩌면 그냥 ‘북한 사람’으로 머물 수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족쇄가 있었다. 월남한 외삼촌 때문에 ‘월남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신분 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결국 중국을 거쳐 1990년대 초반 한국으로 넘어왔다.
남한에서 그는 큰 성공을 맛봤다. ‘평양옥류관’ 서울분점이 대박나고, 북한 관련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하며 방송인, 사업가로 활동하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이다. 잠시 한국 사회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북한과의 합작 난항, 상표권 분쟁 등을 겪으며 그는 옥류관을 떠나게 됐다.
실패는 또다시 새로운 장소로 그를 이끌었다. 그는 영국으로 어학연수 겸 유학을 떠났고, 이후 호주 시민권자인 아내의 영향으로 호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그는 골프장 청소원, 우버 기사, 카센터 세일즈맨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가족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경영대학원(MBA)까지 진학해 공부했고, 회계사(IPA)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렇게 안정을 찾아가는가 싶은 그의 인생에 또다시 파도가 덮쳤다. 선천성 신장기형이 발견된 것이다. 신장 이식을 하지 않으면 그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내는 기꺼이 그에게 신장을 내어줬고, 그는 다시 새 생명을 살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탈북 후 앞만 보고 달려온 32년을 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남기게 된 기록이 신간 ‘탈북 32년, 두만강 넘어 시드니’다. 1995년 처음 만난 인연을 계기로 연합뉴스 김재홍 기자가 에디의 삶을 기록했다.
책은 ‘탈북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현실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나이와 상관 없이 가능한 남한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남한에 온 이상 돈벌이에 집중해야 하고, 자리를 잡으면 고향을 생각하며 부모형제를 도우라는 내용 등이다.
저자는 “에디를 통해 많은 사람이 한반도의 미래를 성찰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한국과 북한 그리고 호주에서 에디의 끝없는 도전은 탈북자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북 그리고 새로운 한반도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