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재판으로의 길/ 아와야 겐타로/ 유지아·방광석 옮김/ 소명출판/ 2만7000원
이 책은 패전 후 전쟁범죄자들의 체포에서 기소까지의 여정에 숨겨 있는 진실을 다룬다. 1945년 9월11일, 연합국총사령부는 진주만 공습을 명령한 도조 히데키에 대한 체포 명령을 시작으로 4차에 걸쳐 전쟁범죄자를 체포했다. 주요 전쟁 범죄 용의자는 육·해군의 군인·정치인·우익 등 1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도조 히데키 등 28명의 피고만 A급 전범자로 정식 기소돼 같은 해 5월3일부터 심리가 시작됐다. 여기에 히로히토 천황의 이름은 없었다.
미국의 대일 전후 처리를 위한 선결 과제였던 도쿄재판은 2년이 넘는 재판 기간을 거쳐 심리 중에 사망과 정신질환을 앓은 3명을 제외한 25명에 대해 1948년 11월12일에 전원 유죄를 인정하고 교수형 7명, 종신형 16명, 금고 20년 1명, 금고 7년 1명의 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23일 7명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한 후 다른 전범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1952년 12월9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전쟁 범죄에 의한 수감자의 석방 등에 관한 결의’를 통과시켰다. 1953년에는 전범으로 처형된 사람들을 ‘공무사’로 인정했다. 이후 1956년 3월 말에는 수감된 12명을 모두 가석방했다. 1978년에는 A급 전범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한일관계는 여전히 과거사와 전후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가장 철저해야 했던 전쟁범죄자 처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쿄재판이 열릴 때까지의 무대 뒤를 쫓는다. 극동국제군사재판이 개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얽힌 국제검찰국의 설립이나 뉘른베르크재판과의 비교에 의해 편향된 그 본연의 자세, 음모사관에 사로잡힌 고노에 후미마로 전 수상 자살의 파문, 괴로운 천황 변호론을 전개하는 기도 고이치 내대신의 일기 등 도쿄재판의 개정에 이르는 구체적 과정을 연합국총사령부 및 검찰 측과 일본 측의 교섭·대항 관계 속에서 입체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전범재판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한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쇼와 천황의 불기소와 전쟁 책임, 소추 대상의 축소, 재판 대상에서 식민지 지배 제외 등 도쿄재판에 기소돼야 할 대상이 면책되고 재판의 범위가 축소된 도쿄재판의 한계,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