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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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있다던 '사이버 러버', 한국에 있는 전과 3범이었다

현금 전달책 등 조직적으로 범행 저지르는 로맨스스캠
‘우크라이나 여군’ 사칭범에 1억원 날릴뻔한 50대

최근 연애를 빙자한 사기 범행(로맨스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당장 만날 수 없지만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외국인을 사칭하며 환심을 사, 투자금 등 명목으로 돈을 뜯는 수법이다.

 

지난 28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50대 A씨는 이달 초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직 여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와 메시지를 주고받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선에서 여군이 손거울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A씨는 외국어로 전송된 메시지를 번역기를 통해 해석했는데, B씨는 ‘오랜 전쟁과 위험에 노출돼 한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한국에 가고 싶다’ ‘A씨를 만나고 싶다’ ‘석유 사업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있는데 전시 중이라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 ‘A씨가 대신 받아주면 보관료를 지불하겠다’라는 내용이었다.

 

B씨는 이와 함께 본인의 사진과 영상 등도 SNS를 통해 전송하며 현금 1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말을 믿었던 A씨는 지난 23일 천안 서북구 NH농협은행 성정동지점을 방문해 B씨의 계좌로 1억원을 송금하려고 했다. 담당 직원이 송금 이유를 묻자 “외교관 지인에게 물건값을 보내야 한다”고 답했는데, A씨의 표정과 답변에서 수상함을 느낀 직원이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송금을 중지시킨 후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메시지는 모두 사기로 드러났는데, 이혼 후 홀로 살았던 A씨는 본인이 범죄 피해를 볼 뻔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로맨스스캠은 범행을 기획하는 총책, 현금 전달책 등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로맨스스캠 일당의 현금 전달책이 현장에서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전 대덕경찰서는 사기 미수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일 총책의 지시를 받고 대덕구 법동에서 피해자 30대 B씨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건네받으려다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전과 3범으로, 구직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총책 C씨 등을 도와 범행에 가담했다.

 

C씨 등 이들 일당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 B씨에게 여성인 척 접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장해 호감을 보인 후 교제가 시작되자 이들은 “55%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매대행 투자처가 있다”고 B씨를 속였다. 이들은 B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7회에 걸쳐 약 5000만원을 뜯어냈다.

 

이후 약속된 장소에서 현금 1000만원을 건네기로 했으나, 범행을 의심한 B씨의 신고로 경찰들이 잠복 끝에 전달책인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총책 C씨 등 연애 빙자 사기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