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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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尹 정부, 성평등 원칙 강조”…국제한반도포럼 연사 페이지 돌연 삭제

남성 일색 패널 구성이 성평등 가치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은 정부가 전날까지 멀쩡히 공개됐던 연사 소개페이지 등을 29일 삭제한 것이 확인됐다. 해당 페이지 캡처 화면은 ‘약 20명의 패널 중 여성 전문가가 1명도 없다’는 비판과 함께 온라인에 널리 공유됐었다. 

 

외교부는 ‘국제한반도포럼 2024’에 주한영국대사가 참석하기로 했다가 패널 구성의 다양성 등을 이유로 보이콧한 것 관련해 “정부는 성평등을 지지하고 성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건 관련해 그밖에 드릴 말씀은 없다”고 이날 밝혔다. 

28일 공개된 국제한반도포럼 2024의 최종 연사 명단(왼쪽 사진)과 29일 이 페이지가 삭제돼 이를 확인할 수 없는 모습.

주재국 대사관측이 대통령실 행사에 공개적으로 사유를 밝히며 불참 통보한 것을 두고 ‘외교 결례’가 될 수 있다거나 양자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전날 주한영국대사관은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한반도포럼에 우리 정부의 초청을 거절하고 패널 불참을 통보했다. 남성 일색의 패널 구성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사관 측은 “다음 주에 개최될 2024 국제한반도포럼(GKF)에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의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알려드린다”며 “주한영국대사관은 성평등의 가치를 지지한다. 참여자들이 다채로운 견해들을 공유할 때 행사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 가운데 7대 추진방안 중 하나다. 윤석열정부의 자유통일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플랫폼으로, 2010년부터 매년 통일부가 개최한 한반도국제포럼의 이름을 바꾸고 급도 높여 처음 열리는 것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추진되는 행사이지만 패널 구성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성비 불균형에 대한 일각의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당초 19명 모두가 남성인 것에 대해 비판을 받다가 결국 1명의 여성 전문가를 포함한 21명의 최종 패널을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는 연사 소개 및 프로그램 페이지가 삭제돼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행사를 주관하는 통일부는 28일 “포럼 성격상 신진 전문가보다 중견학자 이상의 전문가 위주로 접촉했고, 성별·국적 상관없이 두루 후보군을 선정해 섭외했으나 여성 전문가들이 참석 불가를 통보해 불가피하게 이번에는 다수의 남성 연사로 구성됐다”고 해명했다.

 

윤 정부는 취임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여가부 장관 공백 사태와 급격한 예산 감소, 퇴행적인 여성 정책 등에 대해 유엔과 유수의 외신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유엔의 여가부 장관 임명 권고 등에 대해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으로 유엔이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니다”고 반응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