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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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사의 GKF 보이콧… ‘국제 망신’ 하루 만에 “중요한 가치 수용”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7대 추진방안 중 하나인 ‘2024국제한반도포럼’이 ‘국제 망신’ 하루 만에 여성패널을 보완했다.

 

30일 통일부 2024국제한반도포럼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존 21명 중 남성 20명 여성 1명이던 발제 및 토론 패널 구성이 변경됐다. 여성 6명이 추가돼 총 27명으로 늘었다. 27명 중 남성 20명 여성 7명인 셈으로, 여성 비율로 치면 기존 4%에서 22%가 됐다.

 

추가된 인원은 권보람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안인해 중국 인민대 교수,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정구연 강원대 교수, 정은찬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현인애 한반도미래연구소 소장이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의 불참 입장이 28일 저녁 알려지고, 29일 섭외, 30일 아침 홈페이지 개비까지 완료된 것으로 미루어 ‘시정’ 조치는 24시간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성평등 가치에 부합되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4국제한반도포럼 홈페이지에 28일 기재된 참여 연사 구성. 홈페이지 캡처
2024국제한반도포럼 홈페이지에 30일 표시된 참여 연사 구성. 홈페이지 캡처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가 이 행사 패널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행사 참여 패널의 극단적인 성비 불평등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28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부 안팎은 발칵 뒤집혔다. 정부, 민간 주최 할 것 없이 외교·통일·안보 분야 관련 발표나 토론회장이 전직 남성 관료와 남성 교수 등 전문가들로만 채워지는 풍경은 한국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여가부 무용론과 젠더 불평등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펴면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더욱 이례적인 일이 아닌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는 보수 성향으로 패널을 찾다보니 구성 폭은 더 좁아지곤 한다. 이 때문에 크룩스 대사의 국제기준상 보편적이고 당연한 지적도 ‘새삼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정부 안팎에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배경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확산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국회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난달 만나 악수하는 모습. 국회사무처 제공

특히 외국 대사가 주재국의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추진되는 정부 중요 행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불참하는 사례는 전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외교결례 논란이 불가피한 행동이다. 외교부는 주한 영국대사관 측에 이번 사건에 대한 별도의 항의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외교결례 건은 현재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영국 대사관의 지적 내용에 대해서는 “성차별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성평등과 차별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