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응급실 교수 “尹, 1시간만 와서 보시라…환자 목숨 운에 달린 상황”

남궁인 “의사 다섯이 할 일을 혼자…정책 밀어붙이면 가망 없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비상 의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 중이다”고 말한 데 대해 의료계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심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저희는 서울에서 가장 중증환자를 받는 권역센터로 적어도 인턴 2명을 제외하더라도 전공의, 전문의 등 3명 정도는 근무해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 “지금은 저 혼자다. 2월부터 6개월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 몹시 피곤하다”며 “올해 2월부터 계속 6개월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젯밤에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는데 심정지 환자 둘, 뇌출혈 환자, 뇌경색 환자, 심근경색 의증 환자가 각각 한 분 등 1시간 안에 5분이 오셨다”며 “원칙대로라면 이 5명을 나눠서 봐야 하는데 (다른 의사가 없어) 저 혼자 봤다”고 했다.

 

이어 “5분 모두 살아나시긴 했다. 운이 좋아서다. 그냥 돌아가셨어도 사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제가 어떤 환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환자는 못 보기 때문”이라며 “만약 (심정지 환자 두 분 중 한 분이) 다시 심정지가 나거나 의식이 떨어지거나, 다른 사망 사건이 나면 전혀 대처할 수 없다.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지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지 딱 1, 2시간만 와서 보시라”며 “엄청나게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실제로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버티고 있구나를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현실 인식이 실제와 괴리감이 큰 이유에 대해 남궁 교수는 “원래 5명 있어야 될 것을 1명이 하고 있어도 그냥 진료가 된다, 어쨌든 문이 열려 있다고 보고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개혁, 의사수 확대는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당장 환자들이 죽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데 너무 강대강이라서 전공의 복귀는 전혀 가망이 없다. 지금 이 정부가 이 정책을 밀어붙이면 가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재정투자계획도 다 좋은 말이지만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전공의들은 경험을 쌓아야 저 같은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들이 돌아와야 미래와 희망이 있다”면서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급선무라고 호소했다.

 

남궁 교수는 끝으로 “목동 이대병원 응급실을 단축운영(주 5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벌써 갈 데까지 갔다는 소리다. 의사 자체가 없어서 중과부적이다”라며 “앞으로 한두 달이 고비인 것 같다. 다른 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닫자고 결정하기 시작하면 전국적으로 못 버티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전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현장의 의료 인력난 체감과 대통령실의 인식 차에 관한 지적에 대해 “의료 현장을 가보시는 게 좋을 거 같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일단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정부도 열심히 뛰지만 현장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관계자 분들이 헌신적으로 뛰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의료개혁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문제도 있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이지, 이것 때문에 멈출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