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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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된 미·중 과학기술협정 만료… 연장 논의 진전 안 돼

체결한지 45년 된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이 지난 27일 만료됐지만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연장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전했다.

 

STA는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할 때 함께 맺어진 첫 양자 협정으로,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협정을 통해 농업·에너지·환경·핵융합·지구·대기환경·해양과학·원격감지 기술 등의 각종 분야에서 미·중 연구자들에게 재정적, 법적, 정치적 지원을 함으로써 양국 간 과학 기술협력을 육성해왔다.

사진=AP연합뉴스

5년 주기로 연장돼온 STA는 지난해 8월까지 지속됐지만 미·중 간 전략 경쟁 심화로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두 차례에 걸친 6개월 연장 끝에 지난 27일로 효력이 정지됐다. SCMP는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연장 여부를 두고 미·중 양국이) 의사소통 중”이라고 전하면서 “진전의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협정 이행 과정에서 자국의 과학기술 보호 장치 신설과 함께 투명성 및 과학적 데이터 교류의 상호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측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돼왔고, 이에 미국 내에선 STA에 거부감이 작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미국 내 STA 비판론자들은 중국 당국의 과학기술 프로젝트 통제로 미국 연구자들은 STA를 활용한 연구에서 효과를 낼 수 없는 반면 미국 내 학술 환경에 손쉽게 접근한 중국 연구자들은 전기차·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는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미 공화당의 반발이 거세다.

 

공화당 소속 미·중 전략경쟁특위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STA가 결국 중국의 핵심 기술 경쟁력과 군사력 강화에만 사용되는 일방적인 협정이라면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이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이 미국 안보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중국의 접근을 극도로 제한하는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을 편 상황에서 STA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STA 연장을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미국이 디리스킹 정책을 강화하고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가세하는 형국에서 첨단과학기술 분야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SCMP에 “STA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STA 연장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중 정서가 만만치 않아 중국 때리기가 득표에 유리한 상황에서 STA 연장이 중국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해석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걸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와 중국 우한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듀크 쿤산대에서 부총장을 지낸 데니스 사이먼은 “수십년 간 논란 없이 갱신이 이뤄져 온 STA가 연장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는 건 양측에 복잡하면서도 새로운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