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의 심각한 근무태만으로 여성을 살릴 여러 차례 기회를 모두 놓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런 근무태만을 관리‧감독할 시스템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지적이다.
3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진교파출소 직원들은 여성 A씨가 지난 16일 오전 2시11분쯤 진교파출소에 찾아온 시점부터 사망 추정 시간(16일 오후 2시 전후)까지 적어도 5차례 살릴 기회가 있었다.
우선 A씨가 파출소를 찾아왔을 때였는데, A씨는 파출소 출입문을 세 차례 정도 흔들었지만 파출소에 있던 직원 4명 모두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4명 중 2명은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 근무조’, 또 다른 2명은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 근무조’였다.
그런데 상황 근무조 2명과 대기 근무조 1명은 2층 숙직실에 있었고, 다른 대기 근무조 1명은 1층 회의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경남경찰청은 이때 근무조 4명 모두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오전 2시12분쯤 A씨는 파출소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순찰차 뒷좌석에 들어갔다가 갇혔다.
순찰차는 운행을 하지 않을 때는 장비 도난 등의 이유로 문을 잠가야 하는데, 경찰장비관리규칙 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순찰차는 뒷좌석과 앞좌석 사이에 격벽(칸막이)이 설치돼 있고 뒷좌석에서는 문을 열 수가 없는 구조다.
당시 근무자는 “순찰차 문을 잠갔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왜 문이 열렸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태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탔던 순찰차는 원래 이날 오전 6~7시에 순찰 운행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순찰차 근무자는 이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 A씨를 살릴 두 번째 기회를 놓친 것이다.
또 오전 8시30분쯤 근무를 교대할 때 인수인계 근무자가 이 순찰차로 왔지만 운전석 문을 열어 주행거리만 확인하면서 세 번째 기회를 놓쳤다.
오전 11~낮 12시, 오후 2~3시에도 각각 이 순찰차를 타고 순찰 근무를 했어야 했지만 운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사망 추정 시간을 16일 오후 2시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 A씨가 파출소를 찾아왔을 때부터 사망 추정 시간까지 5차례에 걸쳐 A씨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A씨가 순찰차에 들어간 뒤 숨진 채 발견된 35시간 동안 총 7차례, 8시간 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경찰의 이 같은 근무태만을 관리‧감독할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고 순찰차는 원래 2명이 함께 순찰을 돌도록 배정해야 했지만, 1명만 지정돼 있었다.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교파출소 직원들은 지정된 지역 순찰 근무를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파출소장을 비롯한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진상조사 결과 드러났다.
순찰차를 이용한 순찰 근무의 경우 특이사항이 있을 때 별도로 일지에 기록할 뿐, 통상의 근무일 때는 일지에 따로 기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순찰을 제대로 했는지 적거나 이를 증명할 수단이 시스템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순찰차에는 GPS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제대로 순찰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사후조치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 파출소장이 제대로 감독해야 함에도 구멍이 났으며 경찰서나 경남경찰청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시스템은 전국적으로도 똑같아 경찰청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경찰청은 당시 하동경찰서장과 범죄예방과장, 범죄예방계장, 진교파출소 직원 등 16명을 인사조치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남희 경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열과 성의를 다할 것을 다짐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