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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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잘 돌아간다’는 대통령 발언에 의대교수들 ‘분통’… “심각한 정보의 왜곡”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에서 ‘응급의료가 잘 돌아간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의대 교수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30일 윤 대통령이 전날 브리핑에서 응급의료 위기를 언급한 데 대해 “직접 119구급차를 타보시길 권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최근 응급의료 위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대통령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면서 직접 현장을 살펴보기를 권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에 대한 질문에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지역의 종합병원 등을 가 보시라”며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일단 비상 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정부도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전의교협은 “전국 408개 응급의료기관 중 전공의 수련기관인 100여곳의 문제가 심해지고 있고, 이곳에서 중증 환자를 주로 다루기에 더 큰 문제”라며 “의사들도 떠나고 배후 진료(응급실 치료 후 진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데 응급실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심각한 정보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대 증원으로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증원을 물러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의교협은 “잘못된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의 파행은 대통령 임기 3년을 버틴다고 그 영향이 끝나지 않는다”며 “30년, 아니 더 긴 시간을 두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근거 없는 증원 정책을 멈추고 학생,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 개혁의 출발이 될 것”이라며 “그래야 앞으로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4년 만에 이겨냈지만, 증원이 이대로 진행되면 한국 의료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비는 “9월 9일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돼 2025년 정원이 증원된 채로 입시가 진행되면 한국 의료에는 희망조차 없어진다”며 “국회는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정부는 전공의와 학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법원은 국민 건강과 한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효력정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필수·지역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증원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