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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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았다”→“과열 분위기 진정시켜야”… 2년 새 달라진 尹정부 부동산 메시지

2022년 8월 “폭등한 집값 안정시켰다”
2024년 8월 “과열 분위기는 잡겠다”

윤석열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2년 사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취임 초기 “폭등한 집값을 안정시켰다”고 자신감을 보이던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향해가는 최근 "과열 분위기는 잡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최근 부동산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세 차례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살펴봤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뉴스1

◆취임 100일 회견, ‘집값 잡았다. 자신감’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며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없도록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강화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깡통전세, 전세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단속과 전세 보증금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집값과 전셋값 안정, 규제 합리화, 주거복지 강화 등을 강조했다. 특히 징벌적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개선 등의 성과를 내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징벌적 부동산 세제, 대출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80%까지 완화해서 적용하고, 규제지역 해제 등 공급을 막아온 규제들도 정상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제 매체를 포함한 기자 12명이 질문했지만 부동산 관련 주제는 나오지 않았다.

 

◆취임 2년, ‘규제·과세’ 풀고 ‘자금 공급‘ 방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시장 원리를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과도한 징벌적 과세 완화, 주택 관련 자금 지원 확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지난 5월9일, 21개월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의 세금 정책 방향’에 관한 질문을 받자 부동산을 중심으로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했고, 매매 가격만 폭등한 것이 아니라 또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게 폭등을 했기 때문에 갭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해서 그야말로 집단적인 전세 사기도 발생을 해서 많은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고 부동산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저는 이 문제가 부동산이라는 자산에 대해서 시장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희의 이런 부동산 관련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시장에 어떤 물건이, 건물이, 집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건축 규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 하는 것과 또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 재건축을 시행하는 사업자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원활하게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자금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어 “결국 국민 모두가,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이 이런 안정적인 주거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112일 만에 “과열 분위기, 진정시켜야”

 

첫 기자회견 이후 2년 만에 열린 이번 29일 기자회견에선 여전히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과열 분위기는 진정시켜야 한다며 균형 잡힌 접근을 시사했다. 특히 투기 수요에 대한 경계와 함께 공급 확대 정책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22주 연속 올랐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난 정부 때처럼 패닉 바잉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 당국이 때를 놓쳤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집값 안정은 언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시나, 집을 사려는 젊은 세대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씀하실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26일 기준) 아파트 매매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26% 올라 2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넷째 주(0.01%)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키우며 8월 둘째 주(0.32%)에는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용산에서도 신고가 갱신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주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수요 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이 돼야 한다”며 “다만 이것이 경제에 어떤 리스크가 될 만큼 과도하게 과열 분위기가 있을 때 어떤 공급 정책이라든가 수요 정책을 관리함으로 해서 그런 과열 분위기를 조금 진정시켜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서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또 예를 들어서 그렇게 되면 안 되지만 수도권에 기업과 어떤 인력의 집중이 점점 강해져 가지고 수요 압박에 의해서 집값이 오른다면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것은 오히려 정부가 공급을 계속 늘려 가야 하겠습니다만 일부러 재개발, 재건축도 안 하고, 공급도 안 하고, 또 징벌적 과세를 막 때리면 그러면 이것이 시장 구조가 아주 왜곡이 돼 가지고 그건 아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게 되는 건데, 그런 것은 하면 안 된다는 거라. 저희 정부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이 충실하게 가동이 되도록 이런 징벌적 과세를 대폭 줄였고, 그리고 필요할 때는 적시에 주택 공급을 하기 위해서 지난 8월8일에 국토부 대책도 과거 연평균에 비해서 11% 이상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주택 가격이 실수요가 는다면 상관이 없지만 여기에 대한 투기 수요가 만약에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할 때는 정부는 공급을 철저하게 하고, 정책금리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리를 하겠다라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 가지고 과열 분위기는 진정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시장에 맡기는 문제인데, 집값이 저렇게 지난 정부 때처럼 올라가는 것은 저희는 공급과 수요 정책을 통해서 과열 분위기는 잡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시장 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KB부동산 통계 기준 2022년 8월, 12억 7818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해 7월 11억8182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이달 들어 12억 2914만원까지 회복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