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할부도 되나요?” ‘축의금 키오스크’ 결혼식장에 등장…“하객 장사” vs “효율적”

키오스크.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주말에 결혼식장을 찾은 50대 김모씨는 달라진 결혼식 환경에 크게 당황했다. 축의금 접수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축의금 접수 키오스크’가 한 대 놓여 있었던 것이다. 키오스크 앞에 길게 줄지은 하객들은 차례로 축의금을 내고 있었다. 키오스크 화면에 뜬 ‘신랑 축의’ ‘신부 축의’ 중 하나를 택해 관계와 이름을 입력하고 현금을 기계에 넣으면 식권권과 주차권이 나오는 방식이다. 김씨는 “로봇이 음식 서빙을 하는 것은 봤어도 축의금도 기계에 맡기는 것은 처음이다”며 “결혼식은 어르신이 다수인데 키오스크 보면 당황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의성은 좋아 보이지만 너무 삭막하고 정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근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이색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음식점, 영화관 등에서 봤던 키오스크 기계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1일 예식업계에 따르면 축의금 키오스크는 신랑·신부를 선택한 뒤 축의금을 넣으면 식권이나 주차권이 발급되는 방식이다.

 

가족친지에게 축의금 수납을 요청할 필요가 없고 도난 우려도 적다. 결혼식 날 혼잡한 틈을 타 축의금을 빼돌리거나 빈 봉투를 내고 식권·기념품을 받아 갔다는 피해 사례들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비는 약 20만원 정도다.

 

한 결혼식장에 축의금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키오스크 대여 업체 대표는 “결혼식이 많은 9~10월은 이미 예약이 꽉 찼다”며 “최근 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결혼식 키오스크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기계적이라는 지적과 참신하다는 여론이 맞서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축의금은 마음을 전하는 것인데, 요금 징수처럼 느껴진다”며 “하지만 “축의대 사람 구하는 것도 일이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