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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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지면 내가 죽어” 방화 후 화재 지켜본 40대女

지난 5월11일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 위치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수년간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4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2)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11일 오전 3시30분쯤 군산시 임피면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인 B씨(30대)를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방화 후 불길이 주택 전체로 번지고 있음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은 주택 밖에 있는 외부 화장실 인근에 숨어있던 A씨를 발견해 체포했다. 이날 발생한 불로 목조 주택(50㎡)이 전소해 소방서 추산 약 15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5년간 교제하던 사이었다. 그는 사귀던 기간 동안 반복적인 폭력에 시달렸다고 수사 기관에 털어놨다. 범행 당일에도 술을 마신 B씨에게 얼굴 등을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방화 이후에 현관을 나와 화재를 지켜본 이유가 무엇이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녔다”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긴 점과 그 유족 또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은 점, 피고인이 유족에게 용서받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