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및 전력 관련 사업이 지역 반발로 차질을 빚는 사례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전자파 문제 등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착공이나 인허가에 제동을 거는 식이다. 업계는 이미 비슷한 사업이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고, 전자파 등도 결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며 계획 차질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는 GS건설 등이 참여한 마그나PFV가 일산서구 덕이동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최근 착공 신고 반려 통보를 했다. 마그나PFV는 지난해 3월 연면적 1만6945㎡, 지하 2층∼지상 5층, 높이 49.84m 규모 데이터센터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았고, 지난 6월12일 착공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업의 착공이 좌초된 데는 지역주민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해당 지역은 경의선을 사이에 두고 2500여 가구 아파트단지와 초·중학교가 주변에 위치해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전자파와 소음, 열섬현상 등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양시는 주민 우려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대책 방안 등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으나, 마그나PFV가 제출한 내용이 미흡해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 착공에 제동이 걸린 곳은 고양시뿐만이 아니다. 경기 김포시도 구래동에 조성 예정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지난 7월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 건축주는 지난 5월 착공 신고를 했으나, 사업 대상지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와 소음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는 최근 발표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에서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총 33건(4월 기준)의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주요 원인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업자 확보의 어려움과 주민 민원으로 인한 인허가 지연 및 공사 중단 등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업계는 유해성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마그나PFV 관계자는 “전자파, 소음 등 유해성 논란에 대해 전문 기관에 영향성 검토 용역을 실시한 결과, 이미 많은 곳에서 안전하게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들과 같이 유해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마그나PFV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인해 예상되는 전자파의 최대값(부지 주변 5.90mG, 전력인입로 13.82mG)은 가정용 전자레인지(29.21mG)보다 낮다. 오히려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변 경관 개선과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전력도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사업이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사업은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국가핵심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경기 하남시는 해당 사업 부지가 감일신도시 및 교육 시설과 인접해 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불허 처분을 내렸다.
한전은 폭염으로 인해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AI와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자파 걱정은 극히 일부 세력의 흑색선전과 악의적 주장에 불과한 괴담일 뿐 결코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전은 이달 중으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