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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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양육비 소멸시효 판례 변경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경진 변호사의 ‘슬기로운 가정생활’

지난 칼럼(2023년 6월5일 게재)에서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의 심판에 의해 양육비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과거 양육비에 대해서는 애초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2011년 8월16일 2010스 85 결정)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과거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 된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종전의 위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확정되지 않은 이상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 사실관계

 

청구인과 상대방은 1971년 7월쯤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년 11월쯤 사건본인을 낳은 뒤 1974년쯤부터 별거하다가 1984년 11월쯤 이혼했다. 청구인은 이혼 후 약 32년이 지난 2016년 6월쯤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년 11월쯤까지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상대방에게 청구했다.

 

○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과거 양육비를 6000만원으로 인정하고, 상대방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양육비 지급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1993년 11월쯤을 기산점으로 해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이미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전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지만,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더는 장래 양육비를 결정하거나 분담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고 부부 사이에는 어느 일방이 과거에 자녀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하여야 하는 관계만이 남게 된다는 점 △종전 판례대로라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이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는 점 등에 비추어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 원고의 재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 바뀐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당사자 간 협의 내지 법원의 심판이 없었던 과거 양육비에 관한 청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