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으나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법(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 등 여야 간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명쾌한 결론을 못 낸 채 추후 검토·협의하기로 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다만 양측이 수시로 만나기로 한 만큼 향후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힐 여지는 남겨놨다는 평가다.
◆평행선 달린 특검법·25만원 지원법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인 채 상병 특검법과 25만원 지원금법은 회담 후 공동발표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도 특검법을 거론하지 않았다. 당내에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특검 추진’ 분위기가 여전히 강한 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터라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히기가 난처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히며 “이제 결단해 달라”고 압박했다.
양측 설명을 종합하면,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 대표가 특검법 문제를 제기했고 한 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 당의 입장을 낼 수 없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특검법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의지가 있다면, 디테일(세부사항)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하면 된다.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다.
25만원 지원금법 역시 한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하지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이것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재정 정책이어서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을 역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해 논의의 난항을 예고했다. 다만 이 대표가 차등 지원 가능성을 열어놔 비공개 회담에서 접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선별 지원에 무게를 둔 국민의힘과 일률적 지원에 힘을 실은 민주당 사이에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양측 의견 절충한 금투세
금투세와 관련해서는 한 대표가 “1대99 식의 국민 갈라치기 정치 프레임은 개미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본다”며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대신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 등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개혁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이 대표 측 입장이 반영돼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공동발표문에 담겼다.
민생 법안 신속 처리, 대화·타협의 정치 복원과 관련한 합의 역시 한 대표가 주장한 ‘민생 패스트트랙’, ‘대표 회담 정례화’ 대신 민주당 측 제안인 ‘민생 공동 공약 추진 협의기구’ 구성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이 9월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윤 대통령이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한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민주당 측에서 ‘책임자 처벌론’까지 꺼내든 끝에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나올 게 없는 뻔한 회담이었다”며 “특검법, 의정 갈등을 의제로 올린 것 자체가 이 대표는 실리를 얻은 것이다. 계엄령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일방이 상대를 완벽하게 설득하고 뜻을 관철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전반적인 국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표가 여당 대표이지만 소수당 원외 인사이고 당을 장악하지도 못해 당장은 성과 있는 회담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앞으로 당내 논쟁, 설득 과정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후속 회담에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