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와 종로구, 강남구에서 잇따라 땅꺼짐(싱크홀)·도로침하 현상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2명이 크게 다친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사고의 경우 주요 원인인 수도관 파손 때문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의문을 낳고 있다. 시는 우선 시내 곳곳 땅꺼짐 위험 지점을 특별 점검하는 한편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 이번 주쯤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일대 1차 조사가 전날 마무리됐다. 지난달 29일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해 지나가던 차량 한 대가 빠졌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튿날에는 사고 현장과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도로침하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땅꺼짐의 주요 원인인 수도관 파손으로 인한 누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진행 중인 사천 빗물펌프장 관로 공사 영향 등을 심층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엔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종로3가역 방향으로 가는 편도 3차선 도로 3차로에 가로 40㎝, 세로 40㎝, 깊이 1.5m의 땅꺼짐이 발견됐다. 앞서 같은 날 오전 11시57분엔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사거리 인근 도로가 침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낮 12시28분 대구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옆 도로에서도 땅꺼짐이 발생했다. 크기는 가로 50㎝, 세로 30㎝, 깊이 1.7m였다. 다행히 성산로 땅꺼짐 사고를 제외하고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잇따른 사고 소식에 시민들 사이에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이모(34)씨는 “얼마 전 성산로 땅꺼짐 사고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회사 근처에서도 도로침하가 발견됐다고 해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땅꺼짐은 총 957건이다.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 발생했다. 주요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446건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했다.
시는 땅꺼짐 사고가 잇따르자 대형건설공사장, 지하차도 등 지반 침하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도로 아래 상하수도관과 통신관, 가스관 등 각 시설물 관리 주체에 조사·모니터링을 지시하고 관리 상황을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지반에 관측공을 뚫어 센서를 설치해 지반의 변동을 분석하는 ‘지반 침하 관측망’도 내년부터 운영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당장 할 수 있는 대책과 장기적인 대책을 정리해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