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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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참패한 독일 연립정부… 숄츠 체제 균열 생기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선거 결과에 큰 실망
“지금의 3당 연합, 국가와 자민당에 해 끼쳐”

독일 2개주(州)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연립여당이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라프 숄츠 총리 내각에 균열이 일 조짐이다. 2021년 12월 출범한 현 연립정부는 숄츠 총리 본인이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필두로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이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독일 연방하원 부의장이자 자민당 수석부대표인 볼프강 쿠비키 의원. 1일(현지시간) 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한 3개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독일 연방하원 홈페이지

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하원 부의장이자 자민당 수석부대표인 볼프강 쿠비키 의원은 이날 튀링겐주와 작센주에서 실시된 주의회 선거 결과를 본 뒤 “저조한 성적표에 비춰볼 때 지금의 3당 연립정부는 정통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민들은 3개 정당 연합이 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며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우리 자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ZDF의 예측에 의하면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의 득표율은 다 더해도 10.6%에 그칠 전망이다. 작센의 경우 튀링겐보다 사정이 조금 더 낫긴 하지만 역시 13.6%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와 그가 속한 사민당에 엄청난 타격일 뿐더러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민당도 대경실색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튀링겐에서 30.5%의 득표율로 주의회 1당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과반 의석에는 못 미치는 만큼 극우 세력에 반대하는 정당들끼리 연대하면 AfD가 주 총리를 배출하고 주 행정권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 이후 처음으로 극우 세력이 독일 지방의회에서 1당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AfD는 작센에서도 30.0%의 득표율로 기독민주당(CDU)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극우 성향 AfD 당원과 지지자들이 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비키 의원의 말에는 우파에 가까운 자민당이 좌파 성향의 사민당,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 것이 결과적으로 자민당에 해가 됐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정통 우파를 자처하는 자민당을 버리고 극우에 가까운 AfD 쪽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튀링겐과 작센은 둘 다 1990년 독일 통일 이전 옛 동독에 속했던 지역이다. 동·서독이 하나가 된 지 30년 넘게 지났으나 옛 서독 지역과 옛 동독 지역 간의 경제력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허탈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힌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은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강하고 외국인 이민자들이 독일인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여긴다. 이 틈을 타 반(反)이민을 외치는 AfD의 인기가 옛 동독 지역에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735석의 연방하원에서 사민당은 206석, 녹색당은 118석, 자민당은 92석을 각각 갖고 있다. 세 정당의 의석수를 더하면 416석으로 안정적 과반 의석을 토대 삼아 연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는 경우 과반은 무너지고 만다. 독일 총선은 1년 뒤인 2025년 9월로 예정돼 있다. 자칫 그 이전에 숄츠 정부가 의회 불신임을 받고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7월 숄츠 총리는 총리직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