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윤 대통령, 국회 개원 불참 ‘민주화 이후 처음’… 우원식 “의료 현장과 국민에 맞춰야”

현직 대통령 개원식에 불참한 건 1987년 체제 후 처음
“정부, 진전된 자세 보여달라”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을 하는 게 정치”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 진전된 자세를 보여달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국회 개원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현직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건 1987년 체제 후 처음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장은 “오늘 임기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뒤늦은 개원식을 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그는 “개원식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존립 근거가 헌법과 국민 국익에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다짐하는 자리”라며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는 동시에 오늘 개원식이 22대 국회 첫 3개월을 돌아보고 각오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그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을 하는 게 정치”라며 “국회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라볼 곳이 어디인지 국회가 발딛고 설 곳이 어디인지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 이 무거운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라며 “국민이 직접 구성한 기관이고 행정과 사법이 작동한 근거인 법을 만드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헌법이 정부와 법원에 앞서 국회를 먼저 명시한 것도 국회의 특별한 권한과 책임 때문일 것”이라며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적용하는 삼권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조화롭게 융합해야 국민의 삶에 편안해진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양당 대표 회담이 있었고 대통령도 (개원식에) 참석했으면 국민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했다.

 

최근 의정 갈등 속 의료 대란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대해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일인데 국민이 겪는 현실은 의사 없는 병원”이라며 “정부는 더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 감각부터 의료 현장과 국민에 맞춰야 한다”고 봤다.

 

그는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다”며 “여야 정당의 대표들이 논의를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 여야 정당, 의료관계인, 환자와 피해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작심하고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여야를 불문하고 많은 의원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일에 함께 나서달라”고 말하자 의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우 의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회담에서 여야 공통공약 협의기구를 구성키로 한 데 대해서도 “참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겼다.

 

그는 “큰 틀과 방향,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구체화, 현실화하자”며 “여야가 공히 약속한 일부터 신속하게 해나가면서 민생을 끌어안는 국회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아울러 개헌을 비롯한 정치 개혁 논의도 재차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막힌 물꼬를 틀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정치개혁 특히 선거제도 개혁도 지금 해야 한다”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을 마치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방송4법’ 처리와 관련해선 여야가 합의안 도출에 나서자고 재차 제안했다. 그는 “여야 정당과 언론종사자 언론학자, 시민사회등이 고루 참여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합의안을 만들자”며 “필요하면 대화 테이블을 여는 것도 의장이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야 모두를 향해 “유례없는 여소야대 국회다. 다수당으로서의 부담감과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멈추지 않겠다. 미래로 나아가는 국회의 사명을 온 힘을 다해 실천하겠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