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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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서 조선인 대학살 추도식…도지사는 불참·자위대 수장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 언론 “정부·도쿄도, 간토 학살 역사적 사실 직시하라” 일갈
간토대학살로 희생된 조선인의 시신. 사진=독립기념관 제공.

간토(關東·관동)대지진 101주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1일 열렸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는 8년 연속 불참하는가 하면 자위대 수장과 대원들은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 했다.

 

민간에서 한일교류는 과거의 아픔을 잊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적 관계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 우익의 목소리가 여전히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인데, 반면 현지 언론은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는 정부와 도쿄도를 향해 “간토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했다.

 

2일 NHK에 따르면 비판의 목소리는 추모재를 진행하는 실행위원에서도 나왔다.

 

실행위는 추모제 도중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에 무려 8년이나 불참한 코이케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추도식은 이날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렸다. 한국 전통 무용가가 진혼무로 억울하게 희생한 조선인 등을 추모했다. 행사는 일본 제10호 태풍 산산 탓에 지난해와 비교해 축소해 진행됐다.

 

미야가와 야스히코 실행위 회장은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점을 놓고 "전임 도지사는 유언비어를 믿은 사람에 의해 희생된 사람을 추모하는 것은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을 애도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별도의 서한을 보내왔다"면서 "고이케 도지사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발언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날 요코아미초공원 부지 안에 자리한 도쿄도위령당에서 진행된 지진 희생자 추모제에는 고이케 도지사가 보낸 서한이 제단에 봉헌됐다. 위령당에는 지진 희생자 유골 5만8000위가 보관돼 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재일조선인(또는 중국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일본 민간인이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 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조선인을 비롯해 일본인 등을 합하면 사상자는 10만여 명이 나왔다.

 

일조(日朝)협회, 도쿄도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실행위는 1974년부터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추도식을 매년 9월1일 열고 있다. 그 뒤로 역대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왔다.

 

고이케는 취임한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낸 뒤로 이듬해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는 도쿄도위령협회 대법요에서 도지사로서 지진 재해에서 희생된 모든 분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는 논리로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자위대 수장과 대원들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요시다 요시히데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이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자위대 간부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에 대해 "개인 자유의사로 하는 참배는 무방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언급하고 "오해를 부를 행동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시다 막료장은 자신의 참배 계획과 관련해서는 "통합막료장은 자위관(자위대 대원)을 대표하는 직무"라며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직에 종사하는 한 참배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막료장은 한국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자위관 최고 직위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앞서 자위대 장군을 포함한 수십 명은 올해 1월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집단 참배했고, 자위대를 지휘하는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도 일본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신사를 참배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실을 외면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를 향해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지난 30일 “왜 부정적인 역사를 외면하나”라며 “사실을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으라”고 직격했다.

 

아사히는 이날 “조선인 학살, 역사의 침묵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와 일본 정부를 이같이 비판했다.

 

신문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를 믿은 시민과 군, 경찰에 의해 많은 한반도 출신자가 죽임을 당한 것은 당시 보고서와 체험자의 수기 등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살 배경은 조선인에 대한 경계심과 잠재적 차별 감정이라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고이케 지사의 태도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묵살하는 학살 부정론과도 통한다”고 비판했다.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므로 조선인만 따로 추도하진 않겠다는 고이케 지사 측 설명에 대해선 “학살은 천재지변과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를 향해선 ‘간토 계엄사령부 상보’, ‘도쿄 백년사’ 등 학살 기록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사히는 “일부의 불확실성을 들먹이며 학살 자체를 덮어버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실을 인정하고, 유언비어에 의한 살상이 왜 일어났는지 조사하고, 조선인을 포함한 외국인 희생자의 실태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