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2·659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FM 챔피언십(총상금 380만달러) 최종라운드. 전날까지 선두 고진영(29·솔레어)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신인왕 출신 유해란(23·다올금융그룹)은 이날 무려 8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극적으로 고진영과 공동 선두를 이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경험이 풍부한 고진영이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유해란이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안착시킨 반면, 고진영의 샷은 약간 당겨져 그린을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어진 고진영의 네 번째 샷은 그린을 타고 많이 흘렀고 파 퍼트도 홀을 지나치며 결국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유해란은 침착하게 2퍼트 파세이브로 마무리하며 활짝 웃었다.
유해란은 이날 버디 9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하나로 막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유해란은 대선배 고진영과 연장혈투를 벌이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지난해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57만달러(약 7억6000만원). 유해란은 6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양희영(35·키움닷컴) 이후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우승한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유해란은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글로브 순위 4위로 올라섰고 올해의 선수 포인트(92점)와 시즌 상금(218만1809달러) 레이스에서 각각 5위에 자리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첫날 3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라 무난하게 대회를 시작한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10타를 줄이며 6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 쉽게 통산 2승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6타를 잃고 공동 6위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에 우승을 코앞에서 놓칠 뻔했지만 마지막 날 고진영이 부진한 틈을 타 전세를 뒤엎었다. 2위에 2타 앞선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고진영은 이날도 전반홀에서 이글 2개를 앞세워 4타를 줄이며 선두를 달렸지만 중반 들어 티샷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해란은 이를 놓치지 않고 12번 홀(파5) 버디를 솎아내며 공동 선두의 발판을 만들었다. 유해란은 경기 뒤 “올해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잇따라 놓치면서 두 번째 우승까지 무척 어려웠다. 오늘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첫 우승만큼 두 번째 우승도 힘들었기에 정말 기쁘다.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우승을 노린 고진영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시즌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고진영은 “마지막 샷이 아쉽게도 좋지 않았지만 이번 주 전반적으로 탄탄한 경기를 했다. 정말 잘했다”면서 “유해란에게 축하하고 싶고 다음에 우승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AIG 여자오픈) 주말에 좋은 골프장에서 경기하고 싶었으나 컷 탈락했다. 자신감이 떨어졌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에는 준우승했고, 거의 우승했다. 보스턴에서 많은 긍정적인 것들을 얻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미(25·대방건설)는 장타자 렉시 톰프슨(29·미국) 등과 공동 15위(7언더파 281타), 양희영과 최혜진(25·롯데)은 공동 25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