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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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위 ‘기소 권고’ 대체로 수용한 檢… ‘명품백 결론’ 뒤집히나

이번주 개최 앞두고 과거 사례 살펴보니…

검찰과 다른 결론 15건 중 8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등 4건
수심위 권고대로 기소 등 처분
이재용 부당 합병·승계 등 4건
‘불기소 권고’ 안따르고 추가수사

6일 김여사 뇌물수수 등 심의
최재영 진술 여부도 변수될 듯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6일 열리는 가운데, 수사심의위의 판단이 검찰과 다를 경우 검찰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과거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면 이를 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심의위의 판단이 검찰의 처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현재까지 총 15차례 개최됐는데 이 중 최소 8건의 사건에서 수사심의위가 당시 검찰 수사팀의 의견과 다른 내용의 권고사항을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8건 중 4건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대로 사건을 처분했고, 나머지 4건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따른 4건의 사건은 △아사히글라스 불법 파견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이태원 참사 △김대현 전 부장검사의 고(故) 김홍영 검사 직장 내 괴롭힘 △기아차 노동조합 불법 파견 사건이다. 이 중 3건은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고 검찰이 실제 기소한 경우다.

 

대표적으로 이태원 참사 사건에서 검찰은 당초 김 전 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김 전 청장의 ‘주의 의무’를 입증하기 힘들어 ‘혐의없음’(불기소) 처분하겠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심의위가 김 전 청장을 기소할 것을 권고하자 이를 따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의 경우 검찰이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다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라 기소한 사례다. 검찰은 사건 발생 4년여, 고발 후 11개월 동안 사건을 처리하지 않다가 2020년 10월16일 수사심위의가 기소를 권고하자 10일 만인 같은 달 26일 불구속 기소했다. 아사히글라스 불법 파견 사건에서도 2017년 12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가, 재항고로 2018년 5월부터 재수사하게 된 검찰은 10개월째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총장 직권으로 2019년 2월13일 소집된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자 검찰은 이틀 만인 같은 달 15일 아사히글라스 법인과 대표 등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따르지 않은 4건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당시 삼성 부회장) 부당합병·승계 △이 회장 프로포폴 투약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당시 검사장) ‘검언유착’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이다. 수사심의위는 이 사건들에 대해 ‘수사 중단’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따르지 않고 추가 수사를 진행해 이 회장을 기소했고, 백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변경해 배임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한 대표에 대해선 추가 수사를 진행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전례를 보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도 수사심의위가 검찰과 다른 의견을 낼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단 입장이지만,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할 경우 이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

최재영 목사. 연합뉴스

수사심의위가 김 여사나 검찰과 달리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여자 측 최재영 목사, 고발인 서울의소리 등 반대 측에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할지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낸 과거 수사심의위의 판단에는 피해자의 유가족, 피의자인 노조 관계자 등의 의견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는 판단에 따라 주임검사와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 외에도 다른 관련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는 오는 6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직권남용, 증거인멸, 뇌물수수 등 총 6개 혐의에 대해 심의한다. 서울중앙지검과 김 여사 측은 수사심의위 개최 전날인 5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