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04년 사라진 지구당 부활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기득권 깨기와 풀뿌리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정치 개혁에 부합하지만, 지구당 폐지의 원인이 된 ‘고비용 정치’가 재연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다.
한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이 대표와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구당 제도 재도입을 적극 협의하는 방안에 합의한 사실을 소개하며 “서로 간에 예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불법자금 우려를 충분히 방지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추가 제안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거대 양당 대표가 뜻을 모은 만큼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법 개정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구당에 준하는 당 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하며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김영배, 남인순, 장경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이다.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이 통과되면 원외 위원장도 현역 의원처럼 후원금을 모금하고 지역구 사무실을 설치할 수 있다.
지구당은 전국 선거구에 설치됐던 정당의 기초단위로 지역구 의견 수렴, 당원 관리·교육, 정당과 유권자 연결 등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지구당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와 막대한 사무실 유지·인건·운영비 탓에 ‘돈먹는 하마’로 불리던 고비용 구조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03년 불거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른바 ‘차떼기’ 방식 불법 대선자금 수수 사건은 지구당 폐지의 결정타가 됐다.
지구당 부활론은 여야 전당대회를 계기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취약한 지역조직이 총선 패인으로 지목되면서 한 대표 등 여러 당권주자가 지구당 부활을 공약했다. 민주당에서도 ‘당원 민주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이 대표가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을 얻어 현역 기득권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봤으나, 과거에 비해 당원 수와 당비 수익이 크게 늘어난 만큼 지역 당원 활동 무대 필요성은 커지고 불법자금 우려는 줄어 재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많았다.
관건은 입법의 열쇠를 쥔 여야 현역 의원들 반응과 여론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여야 대표가 합의한 8개항 중 지구당 부활에는 당내 이견 가능성이 있다며 “중진 의원 다수가 부정적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고, 정치 체제 전반을 변화시키는 것이어서 좀 (원내에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