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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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갯벌서 뛰어놀고 연 날리기… 소래포구 가을 축제 풍성 [지방기획]

27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

생태자원 전면 내세워 이목 집중
풍경·바람·사람 등 5개 테마 구성
행사장 입구 ‘어등 경관거리’ 강화

드론라이트쇼·해상 불꽃쇼도 마련
검증된 인기에 2024년 50만명 방문 기대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 톡톡

인천 소래포구가 널리 알려진 때는 이 일대에 염전이 들어선 1930년대다. 1937년 일제는 천일염과 쌀을 수탈하고자 국내 유일의 협궤철도인 수인선에 소래역을 만들었다. 그렇게 작은 나루터에서 작업 인부와 염분을 실어나르는 선박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달라졌다. 해방 후에는 실향민들이 무동력선으로 잡아온 새우로 젓갈을 담그기도 했다.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되면서 갈 곳 없어 인천항에 머물던 새우잡이 동력선이 대거 몰리면서 파시(波市·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가 열렸다. 시간이 흘러 1970년대부터 현재의 모습을 점차 갖췄다. 시장의 새우·젓갈과 서해 꽃게가 유명해지면서 한 해 전국에서 3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소래포구 광장에 설치된 꽃게 조형물 앞으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 남동구 제공

수도권 최대 어항에서 만날 수 있는 ‘소래포구축제’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지난해에는 48만여명이 다녀갈 만큼 검증된 인기를 이어갔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는 평이다. 제24회인 올해는 이달 27∼29일 사흘간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만난다. 그간 특산물을 중심으로 세부 내용이 채워졌다면 이제 생태자원이라는 남다른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다. 새로운 변화 시도에 꼬박 1년을 손꼽아 기다린 많은 이들의 이목이 벌써부터 집중되고 있다. 주최 측은 한마당 잔치가 펼쳐지는 공간에 대한 장소성과 주변의 생활 여건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소금·갯벌 등 고유자원 매력 ‘업’

4일 남동구에 따르면 올해 소래포구축제 중심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해양생태 놀이터’이다. 여기에 소래와 관련해 풍경·바람·사람·예술·역사 다섯 가지로 세분화시키고 각자 특성이 반영된 하위 일정을 준비 중이다. 정체성·차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현지의 구성원들과 예술인, 유관단체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한다.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풍경·바람·사람 같은 기본적인 요소를 문화예술 부문과 접목한다.

현장은 메인무대존, 체험존, 부스존, 아트존, 타워존, 경관존, 역사존, 먹거리존, 버스킹존, 공공미술 프로젝트존 등으로 꾸며진다. 구는 기존 ‘새우·꽃게 잡기 체험’의 경우 타 지자체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어렵(漁獵)형 즐길거리인 까닭에 소래포구축제 간판으로 내걸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지난해 새롭게 선보여 호응이 높았던 ‘어등 경관거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에 나선 어등을 행사장 초입 곳곳으로 내걸어 바다와 어우러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남동구 캐릭터이자 소래포구를 상징하는 새랑이·게랑이와 기념촬영 중인 아이들. 인천 남동구 제공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해양생태 놀이터가 활짝 열린다. 과거 소금 생산지였던 점이 담겨진 ‘염전 놀이터’ 및 머드를 듬뿍 채운 에어바운스에서 신나게 놀아보는 ‘갯벌 놀이터’가 두드러진다. 추억과 낭만의 정취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꽃게·새우 모양의 연을 만들어 날리고, 인천시 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의 장도포대지에선 역사를 배운다. 조선 고종 16년 개항기 때 인천으로 진입하는 이양선을 막고자 축조된 것이다.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산 교육장이다.

주위 상가의 협조를 얻어 열린 화장실을 운영하는 등 필요한 경우 전체적인 편의 규모를 늘린다. 장소뿐 아니라 안전한 휴게공간에 오래 머물기 좋도록 만들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때의 대비책도 철저히 세운다. 또한 뮤지션의 공연 과정에서 관람객 쏠림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통제 인력을 배치시킨다. 비상 시 빠른 대피도 안내한다.

 

제24회 소래포구축제 포스터

◆‘소래질러∼’ 열광·흥분의 도가니

남동구는 소래포구의 풍경과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서브 포스터를 제작해 색다른 홍보물 확보 및 동시에 어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일 계획이다. 구민들이 피동적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인 기획자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2023년 문화관광축제 지정 평가’에서 우수한 점으로 꼽힌 스토리북 후속작 ‘소래푸드(food)’를 선보인다. 계절별로 풍부하게 공급되는 해산물과 조리법을 엮은 안내서다. 유관기관 및 관내 초등학교 배포, 홈페이지·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진다. 이외 유휴공간이 여러 시각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전 연령을 대상으로 대중가수 공연과 지역 예술인이 흥을 돋우는 무대가 한가득 펼쳐진다. 개막 당일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구 홍보대사 겸 국악인 전영랑, 현우 등이 마이크를 잡는다. 드론 300대를 띄워 소래포구의 상징물을 공중에 표현하는 드론라이트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둘째 날에는 ‘2030 댄스 콘서트’를 주제로 유리사, 맹그로브, 울라라세션, DJ히케이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대망의 폐막식은 해상 불꽃쇼로 아쉬움을 달랜다. 구는 올해도 약 50만명의 발길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예비단계를 거쳤으나 지난해 한 차례 아픔을 겪으며 아직 최종 결실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축제의 내실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구가 빈틈없는 준비에 공들이는 주요한 이유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환승투어와 연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도 가질 계획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문화관광축제 지정을 통해 자생력은 확보하고, 더 나아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해양생태 페스티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소래의 생태, 관광자원화 국내 넘어 세계에 알릴 것”

 

“소래가 가진 생태를 관광자원화하는 게 진정한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박종효(사진) 인천 남동구청장은 제24회 소래포구축제가 소래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소래포구축제는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축제는 수산물 소비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지만, 소래만이 가진 생태자원은 그보다 더 무궁무진하다고 본 것이다.

 

박 구청장은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재래식 어항의 특별함뿐 아니라 갯벌과 역사성을 품은 소금 등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함을 갖고 있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갯벌 체험과 소금 놀이터 같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체험들을 곳곳에 배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민들의 참여를 확대해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을 조명하고, 주도적으로 나서 이끌게 한 점도 눈에 띈다.

 

박 구청장은 “소래포구축제의 역사가 오래된 것만으로는 관람객을 끌어들일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오직 여기서만 보고 느낄 수 있으며 그래서 반드시 소래여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는 인천대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 늘솔길공원 등 소래포구 일대를 관광벨트화하는 사업도 장기적으로 중단 없이 추진한다. 특히 소래습지생태공원을 국내 첫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해오름공원, 늘솔길공원, 송도 람사르습지 일원의 665만㎡ 면적이 대상이다. 이밖에 어시장의 선결 과제로 최근 불거졌던 불법 상행위가 근절되도록 힘쓰고 있다. 수산물 판매시설에 대한 수시점검을 벌인다. 바가지 요금이나 불법 호객행위 그리고 가격표시 위반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이 일절 사라지게 한다.

 

아울러 상인들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고 법에 어긋나는 모습이 나타날 땐 강력 조치를 시행 중이다. 과거 정확한 무게를 알려주지 않고 대게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한 가게의 모습이 유튜브 영상에 담겨 공분이 일었다. 박 구청장은 “소래의 매력은 대외적으로 알리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에도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