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7만여명을 직고용하는 유통기업 쿠팡이 인구가 줄어드는 경북, 부산 등 지방도시에 1만명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인구 감소 직격탄을 맞은 지방 도시에 중점적으로 물류망을 늘려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을 만들고, 여기에 20대 청년을 포함한 취업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약 12만명) 다음으로 국내 고용순위 2위인 쿠팡의 고용인원은 향후 1~2년 안에 8만명을 넘어서 전체 직고용 인원의 80%가 지방에서 창출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집중하는 해결과제인 수도권 쏠림현상과 저출산으로 지방의 민간 일자리 활성화가 지목되면서, 쿠팡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 지원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초까지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FC)를 비롯한 물류망 구축을 본격화했다. 경북 칠곡·김천, 충북 제천, 부산·울산 등 9개 지역에서 만드는 직고용 인력만 1만명에 달한다.
이는 2026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계획의 일부다. 쿠팡은 지난 3월 전국에 대대적인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5000만 인구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미 충남 천안(500여명 채용) 물류센터는 최근 가동을 시작했고, 광주와 대전 FC는 내달까지 준공해 운영을 시작한다. 900여명을 뽑는 경북 김천과 울산 서브허브(배송캠프로 상품을 보내는 물류시설)도 10월 착공하고, 경북 칠곡 서브허브(400명)는 연내 운영한다.
부산과 경기 이천 FC는 도합 4500명을 채용하는데 현재 착공 후 건설 중이다. 쿠팡은 “이번에 물류 인프라를 투자하는 지역인 대전 동구나 광주 광산구, 경북 김천 어모면 등 상당수 지역이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20대 청년의 지방 유입이 기대된다”고 했다. 쿠팡의 쿠세권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택배 불모지의 익일·당일배송 확대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물류업계에서는 “고용위기 지역인 경남 창원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만든 쿠팡이 다시 한번 지방에 일자리 신바람을 일으킬 태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물류 배송 관련 직고용 인력은 쿠팡친구(배송직원)와 물류센터 현장직과 사무직 등으로 구분된다.
주5일 근무를 준수하며 4대 보험을 비롯한 연차 사용이 활발하다. 쿠팡의 직고용 인력은 2017년 1만3450여명에서 지난해 말 7만여명으로 늘었다. 청년 비중은 30%에 이른다.
대표적인 고용 붐이 일어난 지역이 창원이다.
2021년 탈원전 여파로 고용 한파가 닥쳐 일자리 3360여개가 사라졌다. 조선과 방위산업을 이끈 대기업들의 고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경남 창원은 쿠팡 물류센터를 유치했고, 1100명 가운데 창원 거주자만 90%를 뽑았다.
창원에 물류센터가 생기면서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지역 곳곳의 배송캠프도 활기를 띠었다. 쿠팡에서 장기간 일하며 아이를 낳고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직원도 많아졌다.
쿠팡 창원1캠프, 부산2캠프에서 캠프리더로 10년째 일하는 박기훈·기운 형제는 각각 지역에서 결혼해 어린 자녀만 5명을 키우고 있다.
박기훈씨는 “8살 미만 아이 세명을 키우는데,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당일 휴가를 편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가정에 맞춰 근무 스케줄이 유연하다”고 설명한다. 동생 기운씨도 “연차와 가족 돌봄 휴가에 대체 휴무도 많아 형과 가족이 다 같이 여행도 많이 다닌다”고 말한다. 쿠팡 물류망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쿠팡은 1만명 신규 직고용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이 다시 지방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용절벽에 부딪힌 창원에서 일으킨 ‘고용 바람’을 인구감소가 극심한 지역 곳곳에 늘리겠다는 것이다.
부산·광주·대전·울산·경북·충북·충남 7개 지역의 20대 청년 순유출 인구는 27만2233명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에 정착한 20대 청년은 38만6731명이다.
2022년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749곳이 서울 등 수도권에 포진해 있다. 반면 부산(28곳), 전북(11곳) 등 지방 주요 지자체는 고용을 대규모로 일으킬 기업이 부족하다. 서울은 전체 고용인원의 30%(464만7653명)을 차지한다. 서울은 국내 인구의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용인원은 훨씬 높은 편이다.
2021년부터 누적된 비수도권 청년층 유출로 2021년 줄어든 출생아 수(3만1000명)보다 수도권 청년층 유입 결과 늘어난 출생아수(2만5000명)보다 적었다. 청년이 빠진 지역 출산이 줄었지만, 수도권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한 결과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 균형 발전이 인구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다. 청년이 당장 원하는 ‘일·가정 양립’을 안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 확대는 문제 해결을 지원할 핵심 대책으로 손꼽힌다.
산업계에서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할수록 저출산이 극심해지는 문제가 국가 핵심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쿠팡발 지방 직고용 규모가 큰 만큼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런칭 이후 6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7만명 가량을 고용했다. 수년간 주요 기업 가운데 고용 증가율이 높았다. 지방에서 쿠팡이 1만명 이상 직고용을 늘리게 되면 쿠팡 전체 고용 인원도 8만명으로 늘고, ‘비서울’ 지역의 고용인력 비중은 80%를 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서울인 많은 기업들의 고용인력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며 “쿠팡 본사는 서울이지만, 절대적인 고용 창출은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국으로 로켓배송이 뻗어나갈수록, 신규 발생하는 일자리가 서울에서 점점 멀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주변으로 물류나 배송, 유통에 관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포함, 지역에서 상품을 만드는 중소 제조사 판로도 확대된다. 쿠팡은 6만명의 직고용인력을 창출한 지난해 상반기 44만개의 일자리 직간접 효과를 냈다고 추산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몰리는 반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체가 적은 상황에서 쿠팡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양극화와 지방소멸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내수산업을 살리고 온라인 판로 확대가 절실한 제조 생태계도 지원하는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