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구속된 상태인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자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7월3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피해자 B씨에게 자신을 소방관이라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그는 위조된 공무원증을 보여주거나 소방관 제복을 입고 만나는 등 실제 소방관 행세를 했다.
그는 B씨와 교제하면서 “어머니가 아프다”며 현금 15만원을 건네받았다. 또 기름값 13만4000원을 대신 지불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국선변호인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로 증거조사 등을 심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징역 5년2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된 상태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항소를 파기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심리를 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소송법 33조 1항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재판 절차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존에는 이 규정을 ‘피고인이 재판받는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채 별건으로 재판받는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필요적 변호 사건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는데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개정해 이뤄진 1심에서의 증거조사 등 일체의 소송 행위는 모두 무효”라며 “원심 조치에는 소송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