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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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지막 방한하는 기시다, 한·일 관계 개선에 진심 내보여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6,7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밝혔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로선 임기 중 마지막 방한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 야권과 시민사회 일부를 중심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길 촉구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대일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배상금을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이 조성한 재원으로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정부 시절 꽉 막혔던 한·일 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양국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이 벌써 12번째라니 그간 상당한 수준의 인간적 신뢰가 형성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 정상이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한·일 관계 개선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길 고대한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국 안보 협력의 제도화를 다짐했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내년 1월이면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세 주역 가운데 윤 대통령만 남는 셈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의 리더십 교체에도 불구하고 3국 공조는 더욱더 공고해질 것이란 점을 반드시 재확인해야 한다. 그간 윤 대통령은 “일본에 너무 많이 양보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등 문제에서 한국인들이 수긍할 만한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할 차례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요즘 온갖 반일 구호를 외치며 윤석열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몰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용산 대통령실에 일본 밀정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야당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지경이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야당이 우리 안보와 국익을 우선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면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반일 몰이’의 불쏘시개로 활용해선 결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