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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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령자 신체능력 실질적 평가지표 마련해야 [심층기획-노인일자리 100만 시대의 그림자]

정부사업 고령 참여자 늘어 평균 75세
90대도 7000명 달해… 최고령자 107세
보행·소통능력 평가, 담당자 感에 의존
궁극적으론 고령자 사업모델 발굴해야

매년 100세가 넘는 노인 수십명이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0대 노인도 7000명에 달했다. 노인 인구가 늘고 노인일자리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고령의 참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참여자들의 신체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에 적합한 사업에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개발원)이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75세로 집계됐다.

한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어르신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24만1273명 △70대 50만7222명 △80대 26만3419명 △90대 6926명 △100대 36명이었다. 최고령 참여자는 107세다.

 

고령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체능력 평가는 오로지 노인일자리 담당자의 ‘감’에 의존하고 있다. 담당자는 사업 신청을 위해 수행기관에 방문한 노인이 걸어다니는 모습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보행 능력과 소통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100명이 넘는 노인을 담당자 한 명이 도맡는 사업 구조상 신청자를 한명 한명 세세히 평가하긴 역부족이다.

 

이 같은 평가 방식을 알고 있는 일부 노인들은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꼼수를 동원하기도 한다. 노인일자리 담당자 김모(45)씨는 “다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어르신이 사업을 신청하러 올 때는 잠깐 지팡이를 두고 와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건강하지 않은 노인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인데,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안전사고 문제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중도 포기한 참여자 11만2528명 중 절반(5만4681명)은 건강 악화를 사유로 들었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3 회계연도 결산 보건복지위원회 분석 보고서’에서 “공익활동형 참여자 선발기준표상 활동역량 지표는 지표내용 및 평가방식이 단순해 실질적으로 노인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 있는 평가지표로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궁극적으로는 신체능력이 저하된 노인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개발원의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경험 연구’ 보고서는 “기존 공익형 일자리 사업 가운데 신체활동 능력에 제약이 있는 노인 참여자는 정상적인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실내에서 진행하는 사회참여 프로그램 등 고령의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당시 신체활동 평가지표 고도화 예산 1억원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는 별도 예산을 요구하진 않았다. 본지 취재 후 복지부는 개발원의 연구용역 예산을 투입해 지표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르신의 근로능력 평가를 정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업무 난이도에 배치해 어르신이 일자리를 중도 포기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