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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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홍유순 “허미미 언니처럼 국대 꿈… 스피드라면 자신있어요”

WKBL 무대 각오

한인 조부모… 韓서 활동 꿈꿔와
점프 압도적… 신한銀, 1순위 지명
데뷔 후 2경기 맹활약… 주전 부각

“한국농구, 日보다 몸싸움 더 필요
슈팅 능력도 키워서 잘 적응할 것”

“스피드라면 자신 있습니다.”

 

2024~2025 WKBL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천 신한은행에 지명돼 다가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무대를 누비게 된 재일교포 홍유순(19·179㎝)의 목소리에서 설렘이 가득했다. 홍유순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낯선 한국이지만 나보다 좋은 선수들과 농구를 하고 있다는 게 좋다”며 “꼭 좋은 선수로 성장해서 허미미(유도) 언니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천 신한은행 홍유순이 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박신자컵 후지쯔전에서 수비를 앞에 두고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구나단 감독은 “홍유순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3년 내로 한국 여자농구에서 손꼽히는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WKLB 제공

2005년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온 홍유순은 한국인 조부모를 둔 재일교포로 한국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3X3(3대3 농구) 아시안컵 당시 한국팀 훈련 파트너로 나섰고, 아사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트라이아웃 특별 멤버로 참가하며 한국 무대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홍유순은 다니던 오사카산업대를 중퇴하고 이번 한국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홍유순은 “사실 4년 전 한국 여자농구 드래프트를 우연히 보게 됐고 그때부터 막연하게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에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일본에서 먹기 힘든 떡볶이를 많이 먹고 싶다”며 “매운 음식이지만 맛있다”고 웃었다.

 

홍유순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하며 관심을 모았다. 작지 않은 신장으로 드래프트 콤바인(신체 및 운동능력 측정)에서 점프 높이와 점프 리치, 방향 전환 능력, 반사 신경 능력, 순간 가속 스피드 등 다양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신한은행은 망설임 없이 홍유순을 선택했다. 홍유순은 “지명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드래프트에 나섰는데 가장 먼저 선택받게 될 줄은 몰랐다”며 “입단 후 구단에서 뷔페 회식을 준비해 주셨고 팀원들에게 축하도 많이 받아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국 적응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입단 후 동갑내기인 (허)유정과 딱 붙어 다닌다”며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선수들과도 만났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팀과 잘 어울려 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유순은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2024 박신자컵을 통해 한국무대 공식 데뷔전을 가졌다. 1일 일본 후지쯔와 경기에서 홍유순은 18분22초를 뛰며 4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일 치러진 캐세이전에서는 18분51초 동안 8득점 1리바운드 2스틸로 존재감을 뽐냈다. 홍유순은 “경기장에 팬들도 많고 분위기가 활기차서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전력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이런 홍유순의 활약에 구 감독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교적 늦은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지명 당시에는 가능성 있는 선수 정도로만 평가했지만 서서히 즉시전력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구 감독은 “홍유순이 박신자컵에서 얻은 기회를 확실하게 살려 나가고 있다”며 “팀에서 홍유순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착실하게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장점인 스피드에 대해서도 구 감독은 “훈련할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데다 (홍)유순이가 ‘아직 키도 크고 있다’고 해 더 기대된다”며 “3년 내 분명 한국 여자농구에서 손에 꼽히는 선수가 될 재목으로 보이고, 저희가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게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홍유순은 “처음엔 구 감독님이 무섭게 생기셨다고 생각해 무서웠지만 지금은 좋은 분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유순은 또 “일본에 비해 한국 농구는 몸싸움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슈팅 능력도 키워서 한국 농구에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