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신의 ‘특권성’을 자각해야 한다.”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를 검토 중인 11명의 이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들 중 6명이 선대로부터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은 ‘세습의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국민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걱정도 있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아버지는 사무차관, 돗토리현 지사, 2선 참의원(상원) 등을 지낸 이시바 지로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아버지로 뒀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여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유력 주자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중의원(하원) 의장을 지낸 고노 요헤이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후생노동상을 지낸 하야시 요시로가 아버지다.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은 할아버지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은 장인이 중의원(하원) 의원이었다.
통신은 “세습의원은 당내 지지기반이 강해 대담한 정책을 낼 수 있다”면서도 “다수가 빈곤을 경험하지 못해 총리가 되면 ‘국민들의 힘든 삶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한 전문가는 “총리에 직결하는 여당의 대표가 특권을 가진 세습의원뿐이라는 건 이상하다”며 “힘겨워 하는 국민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는 의원이 많아 (국민들간) 격차가 커지는 일본의 총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세습정치는 오래된 관습처럼 뿌리깊다. 최근 자민당 총재를 지낸 인물 중에 세습의원이 아닌 사람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뿐이다.
세습 정치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시다 총리다. 그는 2022년 10월 장남 쇼타로를 총리 비서관에 임명하면서 세습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총리 비서관은 총리를 지근에서 수행하며 각종 사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빠 찬스’는 계속됐지만 쇼타로가 총리 공저에 친척을 초대해 송년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시다는 아들을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