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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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 사상 ‘성탄절 비극’ 아파트 화재 낸 70대, 금고 5년… 법정 최고형

지난해 성탄절 실내 흡연을 하다 사상자 29명을 낸 화재를 일으킨 7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판사 최형준)은 4일 중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78)에게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판부는 김씨가 실내흡연을 하며 담배꽁초의 불을 끄지 않아 화재 원인을 제공했고, 불이 난 후에도 제대로 조처를 하지 않은 점을 모두 과실로 인정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담배꽁초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발생한 화재”라며 “사건 이후 소방에 신고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현관을 열어놔 연기가 확산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상해를 입는 등 인근에 거주하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어 그 결과가 참혹하다”면서 “피고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 회복의 노력도 보이지 않아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에 참석한 화재 피해자의 아버지는 선고가 끝난 후 “김씨는 여태 우리에게 한 번의 위로도, 사과도 전한 적 없다”면서 “피해자에게 만 원도 배상하지 않아 놓고 강남 변호사를 고용해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김씨가 자기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 때문에 반감을 품고 불을 지른 것이 아닐까 한다”면서 “법정 최고형이 내려진 점은 그나마 위안이지만 피고인은 죽어서도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경찰은 부주의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유족들은 경매에 부쳐져 소유권이 이전된 집에서 무단으로 거주하고 있던 김씨가 퇴거 압박에 방화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사고 이틀 전에도 유족은 김씨와 낙찰자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조속히 퇴거하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서울북부지법. 연합뉴스

김씨 측은 앞선 재판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김씨는 (피해자들이) 대피요령을 숙지하지 못해 위험을 자초하는 등 다른 원인이 개입돼 피해자들의 사망과 상해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성탄절인 12월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아파트 3층 자택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당일 컴퓨터가 놓인 작은 방 안에서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줄담배를 피우다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 나갔다. 방 안에는 신문지 등 불이 붙기 쉬운 각종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는데, 여기에 불씨가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방 안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현관문과 컴퓨터방의 문을 차례로 열었고, 이로 인해 최초 발화 장소에 다량의 공기가 유입되며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열린 현관문을 통해 유독성 연기가 같은 동 전체로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김씨는 불을 끄려 하거나 소방에 신고하지 않고 주거지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당시 화재로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린 30대 남성과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뒤 가족들을 대피시킨 30대 남성 등 2명이 숨졌고 27명이 다쳤다. 지난 6월 중상을 입고 치료받던 주민 1명까지 숨져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