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2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국적의 항일 열사 명단을 공개하고 고위급 접촉을 늘리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 내 스파이 활동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미국에 대한 중국의 물밑 공작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4일 홍콩명보에 따르면 중국 난징항일항공열사기념관은 항일 전쟁 승전 79주년인 전날 중산능원관리국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미국 국적의 항일 열사 2590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념관은 제2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일본의 중국 침략에 맞서 싸우다 숨진 중국인과 함께 옛 소련, 미국 등 외국인의 희생을 기릴 목적으로 2009년 난징에 건립됐으며 항일 전쟁에 사용된 전투기 등도 전시됐다.
기념관 측은 당시 일본의 파시즘에 맞선 투쟁에서 중국인과 미국인이 각종 시련을 겪으면서도 깊은 우정을 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흐른 탓에 관련 자료가 불완전해 사료 발굴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중국은 항일 전쟁 시기에 미국이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미국 국적 항일 열사들의 명단 공개를 꺼려왔는데, 이번에는 전향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연말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긍정적인 미·중 관계를 정립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또 지난달 27∼29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깜짝 만남’을 주선했다. 당시 시 주석은 설리번 보좌관에게 “서로 협력해 잘 지낼 수 있는 길을 찾자”며 양국관계의 안정을 강조했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국방부가 12∼1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연례 다자안보회의 ‘샹산포럼’에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샹산포럼은 매년 싱가포르에서 각국 국방장관과 고위 관료, 안보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의 중국판 행사로 2006년 시작됐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제9차 샹산포럼에 역대 참석자 중 최고위직인 채드 스브라지아 당시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를 파견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재개됐을 때도 대표단을 보냈다.
중국이 미 대선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움직임을 보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내에서 스파이 활동과 반중 인사에 대한 위협 등은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외교적 마찰이 우려돼도 ‘하나의 중국’ 등 중국이 강조하는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AP통신 등은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3일(현지시간)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의 비서실 차장이었던 중국계 미국인 린다 쑨과 그의 남편 크리스 후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쑨 전 차장은 주 정부 근무 시절 대만 정부 대표의 미국 공무원 면담 시도를 방해하거나 뉴욕주 고위 관리의 방중을 주선하려 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중국 정부가 친중 시위대를 지원하고 반중 시위대를 공격한 그룹과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각지에서 최소 35개의 중국 공산당 지지 재외중국인 단체들이 지난해 11월14∼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친중 시위에 참여했으며, 로스앤젤레스 소재 중국 영사관은 이들 지지자의 호텔과 식사를 제공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및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서 최소 4명의 중국 외교관이 친중 시위대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