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에게 축구로 꿈을 심어주는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대회 출정식이 4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열렸다.
출정식은 이근호 조직위원장과 한준희 조직부위원장의 인사에 이어 안병훈 선수단장의 경과보고 등으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인사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홈리스월드컵이 한 발 딛고 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 부위원장은 “선수들이 이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홈리스월드컵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주장을 맡은 김성준씨는 “앞으로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훈련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각오를 불태웠고, 난민 신청자인 포시완지씨도 이번 대회 참여로 자신의 주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혔다.
영국 홈리스월드컵재단이 주관하는 홈리스월드컵은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개최됐다. 오는 21~2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펼쳐지는 대회에는 57개팀(43개국·선수 500명 규모)이 참가하는데, 아시아 첫 대회여서 의미가 깊다. 대한축구협회(KFA) 축구사랑 나눔재단과 홈리스가 판매원인 잡지 ‘빅이슈’를 운영하는 ‘빅이슈코리아’가 조직위를 구성한다.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500여명 참가에 관람객은 9만여명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은 멕시코에서 열렸던 대회의 16만5000명이다.
엄연한 ‘대한민국 대표’로 경기에 나서게 될 ‘선수’는 총 8명이다. 서울·부산·울산·광주 등 여러 지역의 자립준비청년, 회복지원시설 거주 청소년, 지적 장애인, 난민 신청자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에비 엔트리 12명 선발 후 한 차례 합숙훈련을 거쳐 최종 선수단으로 8명이 선정됐다.
코칭스태프들의 경력도 굵직하다. 이한별 감독은 전 풋살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홈리스월드컵과 2019년 카디프 대회 그리고 지난해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대회에서 모두 지휘봉을 잡았다. 장영훈 수석코치는 현재 쿠팡플레이의 해설위원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과거 풋살 국가대표를 지낸 김장군·송정섭 코치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출신의 정다운 골키퍼 코치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홈리스월드컵은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가 주인공인 영화 ‘드림’의 지난해 개봉으로 국내에서 널리 알려졌다. ‘빅이슈’ 판매원들의 2010년 대회 출전을 다뤘는데, 복지시설에 거주하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 그리고 난민 신청자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 등 주거 불안정을 겪는 소외계층이 홈리스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선수에게는 심리 상담과 대회 이후 자립 지원 프로그램 제공의 혜택이 있다고 한다.
다른 홈리스들에게도 선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번 대회에 나서면 차기 대회 재출전은 불가능하다. 경기는 4대 4 풋살 방식으로 전·후반 7분씩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브라질 그리고 스코틀랜드 등이 역대 우승 국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트로피와 공인구·유니폼 등 물품 제공 MOU를 지난달 홈리스월드컵재단과 체결했다.
홈리스월드컵은 모든 사람들이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