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3000평 논 농약 살포, 드론으로 7분에 끝… 땡볕 중노동 덜어주죠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농촌 살리는 청년-드론연합방제단 활동 주현진씨 〈3〉

고령 농업인에겐 부담 큰 직접 살포
경북농기원서 신청하면 바로 뿌려줘
40∼50일간 부업으로 3000만원 벌어

병해충 잘 알고 최적 농약 희석 중요
“덕분에 작황 좋아졌단 말, 가장 뿌듯
드론 방제 효과 적다? 기술 부족한 탓”

‘위이잉~ 위이이잉~.’

5일 오전 6시쯤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서 벌떼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주현진(40·사진)씨가 무인항공기(드론) 조종 버튼을 누르자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이후 가로·세로 각각 1.5m, 무게 30㎏의 드론이 순식간에 머리 위 높이까지 떠올랐다. 드론으로부터 열 발짝 떨어진 곳에 멀찌감치 섰지만 마치 대형 선풍기 바람을 맞는 듯했다.

주씨는 논밭에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는 일을 부업으로 삼는 청년 농부다. 그가 조종기의 버튼을 밀자, 드론이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논에 농약을 살포했다. 주씨는 멀리 논 끝자락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농약을 뿌렸다. 숙련된 조종사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려워 보였다. 그가 9917㎡(3000평) 논에 농약을 모두 뿌린 시간은 고작 7분. 직접 농약을 분사하면 40~50분가량 걸리는 일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끝난 것이다.

논주인인 70대 김모씨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씨가 드론으로 방제한 것은 벌써 4년째다. 농약이 든 통을 등에 메고 직접 농약을 뿌려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부대끼자 이제는 기계의 힘을 빌린다고 했다. 김씨는 “(드론으로) 약을 쳐 주니 고맙기도 하고 금방 끝이 나 농사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고 말했다.

농부가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농작물 품질이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 농작물의 병해충을 막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방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땡볕에 넓은 논밭을 직접 돌아다니는 일은 중노동임에 따라 고령이 대부분인 농업인에게는 부담이 크다. 이에 드론을 활용한 방제법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올해부터 청년 드론방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화 한 통이면 쉽고 빠르게 농약 방제를 신청할 수 있어서 인기다. 대행료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당 수도작은 30~50원, 밭작물은 30~60원, 입제살포는 50~60원 수준이다. 이 업무는 39세 이하 청년으로 구성한 청년농업인 드론연합방제단이 담당한다.

청년 농부 주현진씨가 5일 오전 예천군 풍양면에서 드론을 조종해 논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예천에서 우사를 운영하는 청년 농부 주씨도 드론연합방제단원 중 한 명이다. 주씨와 함께 예천 지역에서는 5~6명의 청년농부가 드론으로 방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농사가 한창인 7월부터 9월 초까지 드론으로 농약을 뿌려 농외소득을 낸다고 했다. 수입도 제법 짭짤하다. 주씨는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시즌에 40∼50일 정도 일하면 2500만∼3000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득을 그냥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을 부지런히 놀려야 가능하다. 주씨는 오전 4시 기상이 몸에 뱄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이 틀 무렵부터 농약을 뿌려야 해서다. 주씨는 “보통 오전 5~10시와 오후 3~5시에 드론 방제가 이뤄진다”면서 “농약을 고온에서 치면 오히려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어 이 기간에는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작물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면서 “농사일은 첫째도 둘째도 부지런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씨가 드론 농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7년 전인 2018년쯤이다. “드론으로 농약을 치면 앞으로 벌이가 꽤 쏠쏠할 것이다”는 친한 형의 권유로 농사를 병행하며 드론조종학원을 다녔다. 그는 농업과 수업을 병행하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을 땄다. ‘기계조작은 어렵지 않으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어렸을 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손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주씨는 병해충에 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도열병과 알마름병, 입마름병 등 병해충의 종류가 다양해 적절한 약제를 뿌려야 하는 데다 효과적인 농약 희석 비율을 지켜야 한다”면서 “병해충과 약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방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언제일까. 주씨는 “마을주민이 덕분에 작황이 좋아졌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말없이 건네주는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실 때가 가장 달콤한 시간”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씨는 “논에 농약을 뿌릴 때 ‘내가 키우는 농작물이다’라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한다”며 “돈만 따르는 방제사업은 티가 안 날 것 같은데 농민에게는 다 티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분무보다 드론 방제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드론 방제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내 일처럼 꼼꼼하게 일한다면 돈도 벌고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예천=글·사진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