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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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받을 때 노렸다”…‘이별 통보’ 여친 살해한 30대男

피해자, 교제 1년간 경찰에 3번 신고…“신변보호 요청 안 해”

“피해자 집 문 열리기 전까지 장시간 복도·옥상 등에서 대기”

지난 3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은 이별을 통보받은 30대 남성이 재결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이른바 '교제 범죄'로 드러났다.

 

KBS 캡처

 

4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교제하자고 요구하며 다투던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범행 며칠 전 피해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재결합을 요구하고자 사건 당일 B씨의 집을 찾았다.

 

피해자는 다시 만나자는 A씨의 제의를 거절했다.

 

A씨는 이후 피해자와 다투다가 자기 집에서 챙겨간 흉기를 B씨에게 휘둘렀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범행의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주문한 음식을 받기 위해 문을 연 사이 집 안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피해자 집 문이 열리기 전까지 장시간 복도와 옥상 등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모르는 상태였다"며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피해자가 배달 음식을 집 안에 들고 들어갈 때 집 안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1년가량 교제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A씨를 3번 신고하기도 했다.

 

신고 내용은 대화하는 중 A씨의 목소리가 커서 무섭다거나, 길가에 A씨가 있는 것 같아 두렵다는 것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경찰에 3번 신고했다"며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이들을 분리하는 등 조치했으며, 피해자가 A씨의 처벌과 스마트워치 착용 등 신변 보호를 원치 않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는 피해자가 신고한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툼이나 이별 통보 등을 이유로 연인 관계에 있던 상대를 살해하는 등 '교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교제 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 수는 2019년 9823명에서 2020년 8951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에 1만538명, 2022년 1만2828명, 지난해 1만3939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앞서 전날 오후 7시 36분께 연제구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A씨가 전 여자친구인 2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범행 이후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신고한 뒤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