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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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고시, 입지 발표 후 9년 걸렸다

국책사업 불확실성 해소…제주도 고시 촉구 받아들여
공은 제주도로…환경평가 도와 협의후 도의회 동의 거쳐야
개항까지 10년 걸릴 듯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2015년 11월 입지(서귀포시 성산읍)를 발표한 지 9년 걸렸다.

 

5일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6일 고시하고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 제2공항 조감도(2단계 사업 포함). 국토교통부 제공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그 동안 도민 찬반 논란과 기획재정부 협의 과정에서 총사업비 증가 등으로 추진 여부가 불투명했던 국책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기본계획 고시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대외적으로 확정 발표하는 의미다.

 

제주 제2공항은 박근혜 정부가 입지를 선정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도민 공감대 형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결국, 제주 제2공항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모양새다. 제2공항 추진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 후보 공약이기도 하다.

 

2015년 제주 제2공항 입지 발표 당시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다.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부 계획을 앞당겨 2023년 조기 개항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본계획이 고시됨에 따라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실시설계, 보상, 착공 등을 감안하면 개항까지는 10년 가까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항 개항까지는 착공으로부터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지부진하던 정부의 고시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최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 고시를 공식 건의했다. 도는 공문에서 “나날이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항공 안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보하기 위해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4월 국토부 장관, 6월 정무수석 면담을 통해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요청하고 7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등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고시에 이어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협의 내용에 대해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토부는 “우선 기본 설계와 환경영향평가가 동시에 들어갈 것”이라며 “통상 기본 설계가 1년 정도 걸리고, 거기서 나온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토대로 환경부, 제주도 등과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제주도의 보완요구라든지 환경단체들에서의 반발 등이 있을 수도 있어 갈등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후에 실시설계에 들어가는데 이러한 과정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제주 2공항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미리 답을 가지고 추진하진 않겠다”고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의 시간’…도, “후속절차 차질없이 진행”

 

‘제주도의 시간’이 온 셈이다.

 

제주도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고시를 환영하며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제주특별법 364조에 따른 심의 권한을 갖고 있다. 심의 후에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따라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한, 11월까지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담팀(TF)을 구성‧운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TF팀은 한국부동산원, 제주연구원, 제주대교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도 도시계획위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한다.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도민 갈등 최소화와 도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제주도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계획대로 공항이 정상 개항할 수 있도록 협력할 방침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와 기본 설계 용역 과정에 제주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2단계 사업 추진 시 시설 개발에 적극 참여해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국토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김형섭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제주도는 앞으로도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제주도 제공

◆‘두개의 공항’ 찬반 팽팽…갈등 불씨 여전

 

다만 제주 지역에서는 제2공항 추진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제주 지역 4개 언론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제주 전역 주민 152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제2공항 반대가 47.7%, 찬성이 46.1%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기본계획 고시 추진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제주2공항 사업의 전략영향환경평가 과정에서 중대한 환경 문제가 지적됐으며, 투기와 난개발 붐이 조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계획 고시에 반대해 왔다. 이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관련 사업 예산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산은 236억원이 편성됐다. 제2공항 기본 설계비와 환경영향평가 사업비로 올해 173억원보다 63억원(36.4%) 증액됐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