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바뀌는 업무와 ‘왜 해결을 못 해주냐?’는 민원인까지… 일을 계속하더라도 의미가 있나 하는 자괴감까지 듭니다.”
4년 차 지방직 공무원인 박모(28)씨는 어렵게 합격한 직장에서 퇴사를 고려 중이다. 생애 첫 직장이라 기대가 컸지만 과중한 업무,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 문화에 지쳐서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까지 생겼다. 박씨는 “퇴직 후 이직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지만 도저히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공직사회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들의 중도 이탈이 심상치 않다. 전국 지자체와 정부가 휴가를 늘리거나 악습을 없애는 등 ‘MZ 세대 챙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임금 인상이 직접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지방공무원 퇴직에서 신규임용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까지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 5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6500명 수준에서 지난해 1만356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비교적 직장 생활에 안정을 찾는 5~7년 차 퇴사자 수도 같은 기간 684명에서 205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연차별로는 1~3년 차 공무원이 가장 많이 퇴직했다. 지난해 1년 미만 연차에서는 3020명, 1~3년 차 5629명, 3~5년 차는 4917명이 공무원을 관뒀다.
이들이 퇴직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보수’였다. 9급 초임 공무원이 손에 쥐는 월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200여만원 수준이다. 그나마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수령하는 급여는 150여만원에 불과하다. MZ세대 특성과 경직된 공직문화 간 괴리,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각 지자체도 새내기 공무원들을 달래기 위해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는 올해부터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 연가 사용 눈치 주기 자제, 계획에 없는 회식 자제, 비상 연락망 전 직원 공지 자제 등 4대 근무 혁신 방침을 내세웠다. 정기 및 수시인사가 있었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행했던 떡 돌리기 문화는 거의 없었다. 저연차 공무원에게 장기재직휴가를 주는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제주 역시 10년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했던 장기 재직 휴가(5일)를 5년 이상으로 확대했다. 강원 동해시는 맛집 투어, 영화관람 등 참신한 회식문화를 도입해 세대 간, 직원 간 소통하고 화합하는 자리로 개선을 꾀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는 조직 적응 프로그램을 가동해 한 선배 공무원과 멘토?멘티를 맺어 고충 상담과 행정실무 지도 등 유대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해영 전 한국행정학회장은 “저연차 공무원들의 임금 인상 폭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지만 저점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