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OTT도 ‘장기 흥행작’ 실종 [S스토리-출판계 '장기 흥행도서' 실종]

“완성도 기대 높아 실망도 커
너무 많은 작품에 피로감도”

올해 상반기에는 서점가는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장기 흥행작을 보기 힘들었다. ‘기생수: 더 그레이’(사진), ‘더 에이트쇼’, ‘스위트홈’ 시즌3, ‘삼식이 삼촌’, ‘지배종’ 등 유명 원작·작가·배우의 참여로 주목받은 작품이 많았지만 막상 공개되자 화제에 오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장기 화제작의 부재는 시청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11일까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세계 시청 수(Views) 주간 1위를 기록한 것은 총 일곱 차례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두 차례 1위를 차지했고, ‘선산’과 ‘살인자ㅇ난감’, ‘피지컬:100’ 시즌2, ‘더 에이트 쇼’, ‘하이라키’가 각각 한 주씩 1위에 올랐다. 2021년 나온 ‘오징어 게임’은 물론 2022년 5주 연속 1위를 한 ‘지금 우리 학교는’, 2022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다섯 차례 주간 1위를 차지한 ‘더 글로리’의 성적과 대비된다.

한 콘텐츠 투자·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OTT 작품이 공개돼도 1, 2주 지나면 관심이 사그라든다”며 “신작 드라마가 잠시 화제에 오르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기 길게 회자된 OTT 드라마가 없는 이유로는 작품의 완성도가 첫 원인으로 꼽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OTT에서 대작이 나오리라는 기대가 커지는 데 반해 이를 만족시키는 작품이 많지 않다”며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망하니 작품을 선뜻 안 보게 되고 반응이 뜨겁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또 “OTT 전성시대가 시작된 후 콘텐츠 건수가 많아지니 선택장애를 느낀 대중이 선택을 회피하면서 아예 콘텐츠를 안 보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장르물이 많은 OTT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액션·범죄·스릴러에 지친 시청자들이 올해는 로맨스·코미디 등 편하게 즐길 만한 TV 드라마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