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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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고 얼룩진 ‘독립운동가 일기’ 되살아났다

‘장효근 일기’ 보존 처리 완료
1916∼1945년 한문체로 기록
독립선언 전후 상황 등 담겨
‘대동단결선언문서’ 함께 복원

일제강점기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담은 기록물이 보존 처리를 거쳐 제 모습을 찾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장효근 일기’와 ‘대동단결선언문서’의 보존 처리를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2022년 작업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5일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장효근 일기’와 ‘대동단결선언문서’의 보존 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장효근 일기’ 보존 처리를 위해 해체하는 모습.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장효근 일기’는 ‘제국신문’ ‘만세보’ 창간과 발행을 통해 계몽운동을 펼쳤던 장효근(1867∼1946·사진)이 1916년부터 1945년까지 거의 매일 기록한 한문체 일기로, 2018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특히 33인의 독립선언과 3·1 운동 뒤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썼다. 3·1 운동 직전이던 1919년 2월27일 일기에는 천도교가 운영하던 인쇄소 보성사에서 “밤에 조선독립서 2만1000매를 인쇄하여 각 도(道)의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라는 내용도 보인다. 이로 인해 옥고를 치렀다. 3월17일 일기에는 “서대문 감옥 1익(翼) 3번 방으로 옮겨 수감되었다”고 적었다.

2년이 지난 1921년 3월1일에는 “독립선언을 한 지 2주년이 되었다. 그러므로 시내에 경계가 대단히 엄격하였다. 새벽에 크게 우레가 치고 비바람이 불었다. 이것도 독립선언 2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이란 말인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쓴 일기는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달력 인쇄물인 ‘조선민력’ 종이를 활용한 것으로, 총 30권 가운데 1925년·1934년·1937년을 뺀 27권이 남아있다. 당초 일기는 일부가 찢어지거나 접혀 있었고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일기가 기록된 ‘조선민력’은 우리나라 한지와 다르게 양지로 제작된 인쇄물로 물리적 손상과 함께 습기에 의한 오염, 이염, 잉크 얼룩 등 여러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에 센터는 일기 낱장을 해체한 뒤, 종이가 산성화하지 않도록 보존 처리했다. 또 물리적 손상으로 없어진 부분은 양지보다 보존성이 좋은 닥나무 섬유가 함유된 종이를 써 염색했다.

함께 보존 처리를 완료한 ‘대동단결선언문서’는 독립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의 대동단결과 임시정부 수립을 촉구하는 선언서다. 신규식, 조소앙 등 국외 독립운동가 14명이 통합된 독립운동조직을 결성하려는 뜻을 가지고 민족대회를 소집하기 위해 1917년 작성한 국한문 혼용 문서다. 당시 독립운동의 이론을 결집하였다는 점에서 2015년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보존 처리를 통해 얼룩지거나 찢어진 부분을 보강했다. 센터는 보존 처리를 마친 두 유물을 소장처인 독립기념관에 반환할 예정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