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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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부서도 ‘의정갈등’ 장·차관 책임론 분출

나경원 “갈등 키운 책임자 사퇴를”
김종혁 “막말·실언… 거취 결정을”
의료공백 국민 불안여론 커지자
조규홍·박민수 대응 비판한 듯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의료개혁을 담당하는 장·차관 책임론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보고로 대통령 눈을 가려 의료 공백을 키웠고, 의사들과의 신뢰관계도 이미 깨진 만큼 새로운 진용을 꾸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5일 KBS라디오에 나와 “정책을 실행하며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부처의 장(長)인데, 순간순간 잘못된 발언 등으로 갈등을 더 증폭시킨 부분도 있다”며 “책임 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미 (의·정)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본다”며 “이제는 새 (협상)판을 짜줘서 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5일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상자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2차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렵게 시작한 의료개혁이 성공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보고한 데 대해,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정책을 수시로 바꿔 정부 신뢰도를 떨어트린 데 대해, 막말과 실언으로 국민을 실망 시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당사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를 촉구한다”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며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 역시 의료개혁 주무부처 장·차관의 책임이 크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박 차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의사를 비하하는 듯한 ‘의새’ 발음으로 논란을 빚었고, 전날 라디오에서도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는 상황, 고열·복통 등은 경증”이라며 응급실 이용 자제를 당부해 반발을 샀다.

여당 내에서 정부 입장과 180도 다른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 여론이 비등점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도 의원들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 장관 등을 상대로 “이 문제로 총선도 졌는데 앞으로 대책이 뭐냐”며 질타를 쏟아냈고, 이날 오전 한동훈 대표와 이공계 분야 의원들 간 조찬회동에서도 의료 공백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