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봉사활동 뒤풀이에서 과음한 여대생이 다음날 아침 대학 교정 벤치에 쓰러진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직선거리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대학병원 응급실이 있었지만, 이 대학생은 수용을 거부당해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현재 의식 불명상태다. 또 수용 거부로 공사장에서 추락한 70대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응급실이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의정 갈등이 장기화 하면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5일 광주 동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2분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모 단과대학 앞 벤치에 이 학교 학생 A(20)씨가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응급조치하며 이송 병원을 섭외했다.
A씨가 쓰러진 곳은 조선대병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이어서 소방 당국은 먼저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연락했다.
하지만 조선대병원 응급실 측은 “의료진 여력이 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며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19 구급대는 인근에 있는 전남대학교 응급실로 A씨를 이송했다. 뒤늦게 치료를 받은 A씨의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대학 동아리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전날 오후부터 뒤풀이에 참석해 다른 학생들과 학교 근처 식당 등에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몸에서 외상이나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공사한 현장에서 70대 인부가 추락한 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전날인 4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오전 8시11분 부산 기장군 축산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70대 노동자 B씨가 자재를 운반하던 중 2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고 접수 10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해운대백병원 등 인근 응급의료센터들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119구급대는 결국 신고 접수 40여분 만에 사고 현장에서 50㎞ 떨어진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응급실로 B씨를 이송했다.
병원 진료 결과 등뼈 골절 등으로 폐손상이 우려돼 긴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병원에는 수술을 할 전문의가 없었다. 병원 측이 전원할 병원을 알아보는 와중인 낮 12시30분쯤 B씨는 사망했다.
당시 구급차에 동승했던 동료는 지역매체에 “구급대원들이 돌아가며 주변 병원들에 전화를 했지만 모두 진료를 거부했다”며 “말로만 들었지만 응급실을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탄식했다.
전공의 이탈과 대학병원 전문의들 사직 여파로 전국 병원의 응급실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4일 응급실 ‘셧다운’이 우려되는 전국 주요 병원에 군의관들을 파견했으나 곧바로 진료에 투입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응기간이 필요해서다.
정부는 응급실의 환자 미수용 원인이 의사 부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주로 대학병원 위주로 진료 역량이 30%가량 줄었다”며 “군의관과 공보의 250명을 파견할 텐데, 이들이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파견될 군의관·공보의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가량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응급실 파행을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앞서 의대교수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대학병원의 응급실이 비상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런 발언에 더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자가 증가한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명확한 근거 없는 주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응급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고, 불필요한 국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의대교수와 이재명 대표의 주장처럼 위 사건 외에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과 2살뿐이 안된 여자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