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정부의 연금개혁안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를 두고 같은 나이에서도 형편이 다를 수 있지 않냐며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민주당의 의료대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태어난 해가 기준이 되어버린 셈”이라며 “똑같은 20대라 하더라도 백만장자가 있을 수 있고, 가난한 분이 계실 수도 있는 거잖나”라고 물었다.
같은 맥락에서 “20대인데 엄청 부자가 있을 수 있고, 50대인데도 굉장히 가난한 분이 있을 수 있다”며 “세대 간 불평등이나 세대 내 불평등을 제대로 담는 구조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장기 재정 안정성 제고라는 개혁의 취지를 오히려 깎아먹는다는 비판으로 해석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연금 고갈과 노인복지 파탄 방어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내세우는 복지부는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로의 개편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와 제도 신뢰도 향상 ▲국민연금과 함께 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통한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같이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3%에서 6%(1993년)·9%(1998년)로 올랐으나 이후 변화가 없던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한다. 다만,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단계 인상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말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을 42% 수준으로 설정하고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에서 거듭 낮아진 명목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지만,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중요성을 모두 고려해 이처럼 정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 실질가치를 보전 중이지만 인구나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는 운영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 등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낮춘다는 얘기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5일 MBC 라디오에서도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받는 돈이 줄어들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절대로 전년보다 받을 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갈 수는 있어서 연금 100만원을 받는 사람에게 물가 3% 상승 시 103만원은 못 주지만 102만5000원은 줄 수 있다면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 중이다.
특히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납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데, 이미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 명목소득대체율의 인하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30·40·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50대는 해마다 1%포인트씩 올리며, 40세는 0.5%포인트, 30대와 20대는 0.33%포인트와 0.25%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청년 세대에게 유리한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이 나온 대목이다. 이 제1차관은 연합뉴스TV에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가파르게 보험료율이 인상되도록 세대별로 차등을 둔 것이 결국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세대별 차등 인상은 갈라치기가 아니라 세대 간 연대 강화로 볼 수 있다”며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손자, 손녀를 위해 보험료를 더 내시겠냐’고 여쭸더니 더 내겠다고 하셨다. 이는 (어르신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왔기 때문으로, 세대 간 차등 인상은 곧 연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