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제조사와 주요 원료 등 정보 공개가 의무화된다.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되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도 확대한다. 전기차 주차구역 확대는 일시 유예하고,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추가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등으로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 불안을 줄이고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이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전기차 제작·운행 전 과정에 대한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당초 내년 2월 국내외 제작사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범실시한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전기차를 제작할 때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제도다.
배터리 정보 공개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기술 등 주요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공개한다. 현재 배터리 용량과 정격전압, 최고 출력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추가로 셀 제조사와 형태, 주요 원료 등도 정보 공개 대상이 된다.
전기차 정기검사 시 배터리에 대해 셀 전압과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도 검사하도록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검사소까지 전기차 배터리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한다. 충전사업자에 대해서도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 화재 발생 시 실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실시간으로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경고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용을 확대한다.
현재 현대·기아차 등 주요 제작사는 BMS 안전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 대해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안전기능이 설치된 차량은 무상으로 성능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배터리 이상징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제작사는 BMS 연결·알림 서비스 무상제공 기간을 연장하도록 하고, BMS 서비스 이용 시 자동차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현행 8개에서 12개로 늘린다.
정부는 연내 BMS 배터리 위험도 표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표준안은 1단계 주의(정비 필요), 2단계 경고(제작자 긴급출동), 3단계 위험(소방 출동) 등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위험단계인 경우 자동으로 소방당국에 알리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 내년 7만대 보급…습식 스프링클러 의무화
충전시설 안전도 개선한다. 충전량을 제어해 BMS와 함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올해 2만기, 내년 7만1000기로 늘린다.
이미 설치된 완속충전기는 사용 연한, 주변 소방시설 등을 고려해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순차적으로 교체하다. 규모는 내년 2만기, 2026년 3만2000기, 2027년 이후 27만9000기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미 스마트 제어 기능이 탑재된 급속충전기는 주택·상업시설 등으로 보급을 늘린다.
전기차 화재 시 대응이 어려운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는 신속한 스프링클러 작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치에 나선다.
앞으로 모든 신축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화재 발생 시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성능이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가 허용된다. 신축 건물 등에 대한 화재감지기 설치기준 강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스프링클러가 이미 설치된 구축 건물은 화재 시 정상작동하도록 점검을 강화하고, 화재 조기 감지와 신속한 소화가 가능하도록 화재감지기 및 스프링클러 헤드 교체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소형건물은 연결살수설비 등을 활용해 화재를 진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여론 등을 고려해 기존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이행 시기를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
소방당국은 원활한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내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에 장비 보급을 확대한다. 이동식 수조는 현행 297대에서 397대로, 방사장치는 1835개에서 2116개로, 질식소화덮개는 875에서 1131개로 늘릴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민‧관 협업으로 군용기술을 활용해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소방차를 연내 개발하여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배터리 기술 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BMS 센서 다변화와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화재 전 가스배출 감지 및 냉각기술 개발 등도 추진한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화재진압 여건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