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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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수시… 2025 의대 정원 변경 가능할까 [지금 교실은]

정부와 여당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논의’를 언급하면서 2026학년도 정원 조정 여지가 커졌지만, 의료계와 야당에선 여전히 ‘2025학년도 증원도 철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입시 인원도 아직 바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선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이미 ‘손댈 수 없는’ 시점이 됐다고 보고있다. 당장 며칠 뒤 2025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만큼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바꾸면 입시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입장이다.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입시업계 “의대 입시, 전체 대입에 영향”

 

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9일부터 13일까지 2025학년도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진행된다. 2025학년도 전국 일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34만6584명으로, 이 중 79.5%(27만5837명)가 수시에서 선발된다. 

 

2025학년도 대입의 최대 이슈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다. 의전원인 차의과대를 뺀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1497명(48.1%) 늘어난 4610명(정원 외 포함)이다. 이 중 67.6%(3118명)는 수시에서 뽑는다.

 

수시 모집인원에서 의대 선발 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지만, 대입 전체 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의대는 ‘대입 피라미드’의 최상단이다. 대입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부터 채우는 구조여서 의대 모집인원이 늘면 수험생들의 ‘연쇄 대이동’이 일어난다”며 “다른 의약학계열은 물론 서울 주요대학 이공계열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대 신입생이 늘면 자연스레 치대·한의대·약대 등 다른 의약학계열과 주요대 합격선도 잇따라 내려가게 된다. 메가스터디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로) 대부분 대학의 합격선이 내려갈 것”이라며 “학생 입장에선 의대를 제외하고도 본인이 가고 싶은 과를 찾기에 수월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발표된 뒤부터 이같은 ‘의대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했으나 ‘반수’를 결심한 A씨도 “의대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대 정원이 반수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이 늘면 그만큼 ‘상위권’ 대학에 갈 가능성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작년에 수능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와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의대 정원 확대가 내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치러진 9월 모의평가 응시생 중 졸업생·검정고시생 비율은 21.8%로 평가원이 모의평가 접수자 통계를 발표한 2011년 이후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이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 모의평가(21.9%)와의 차이는 0.1%포인트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고3 학생 수 자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A씨처럼 의대 증원을 고려한 N수생이 상당수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증원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의대생 학부모와 의대생, 전공의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의료계 “변경 가능”…입시업계 “돌이킬 수 없다”

 

의료계에선 수시 합격자 발표는 12월이란 점을 들어 아직 2025학년도 정원을 바꿀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투쟁선언문에서 “수시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라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입시업계에선 수시 지원 뒤 모집인원이 변경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시 지원시 수험생들은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전략을 짜고 원서를 쓴다”며 “원서 접수 뒤 모집인원을 바꾼다면 2025 입시는 대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9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수시 원서접수도 진행된다는 것은 2025 대입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가 있는 B씨는 “수시 원서를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심해서 딱 6장 써야하는데 원서 접수 뒤 선발인원이 바뀌면 수험생 기만 행위 아니냐”며 “정부 말을 믿고 대입에 다시 도전한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손해는 누가 배상하나. 지금 와서 모집인원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수시 원서 접수 일정을 미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9일 수시 시행으로 의대 정원이 증원된 채 입시가 진행되면 한국 의료, 필수의료는 희망조차 없어진다”며 수시 절차를 연기하고 의대 증원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의대와 간호대의 경우 입시 도중 정원을 변경한 적이 있고, 심지어 법적 근거가 없을 때 공익을 위해 수능을 하루 전에 연기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다. 2025년 의대 증원을 취소해 학생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언급한 수능 연기 사례는 2017년이다. 당시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이어지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수능 하루 전날 수능을 일주일 뒤로 미룬 바 있다.

 

다만 이들 말대로 수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수시 일정 변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포항 지진도 천재지변란 점에서 의료대란 사태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6학년도 대입은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2025학년도 대입은 절차가 이미 상당수 진행돼 지금 모집인원을 바꾸거나 수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