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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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새 스마트폰은 샤오미의 ‘이 제품’과 비교될 겁니다 [이동수는 이동중]

샤오미 ‘포코 X6 프로’ 써보니
타사 동급 제품과는 비교 불가 ‘가성비’
갤S22 울트라급 응답 속도·배터리 성능
디스플레이·카메라 만족… UI는 아쉬워
가격·성능 측면 업계 새 기준점 제시해

대륙의 ‘실수’에서 ‘실력’으로 거듭난 샤오미가 삼성전자의 안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샤오미 ‘포코 X6 프로’ 모습.    샤오미 제공

국내 출시된 샤오미의 스마트폰 ‘포코 X6 프로’를 3주가량 사용하던 중 메인 폰으로 쓰던 갤럭시 S22 울트라가 고장났다. 수리비는 배터리 포함 33만9000원. 포코 X6 프로 가격(램 8GB 기준 34만9990원)과 비슷하다. 고민에 빠졌다. 이미 1년 반 가량을 사용한 갤럭시 S22 울트라를 고쳐서 쓸 것인가, 아니면 이 참에 새 폰으로 바꿀 것인가.

 

당초 포코 X6 프로가 아니라면 이런 고민을 할 일이 없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제품을 타사 중급 브랜드 제품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일이다. 다만 포코 X6 프로가 타사 동급(중급) 제품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보니 플래그십 라인과의 비교가 어색하지 않았다.

샤오미 ‘포코 X6 프로’(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 S22 울트라’의 모습.    이동수 기자

포코 X6 프로의 가장 인상깊은 점은 속도다. 사용 중이던 갤럭시 S22 울트라와 동작, 반응 속도 모두 체감상 차이가 없었다.

 

포코 X6 프로는 대만의 반도체 설계회사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8300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갤럭시 S22 울트라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 1세대’와 비슷한 성능으로 비교되는 프로세서다.

 

스마트폰 성능을 확인하는 전자기기 벤치마크 점수 플랫폼 ‘긱벤치6’ 테스트에선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사용 갯수에 따라 점수가 갈렸다. 포코 X6 프로의 중앙처리장치(CPU) 싱글코어 점수는 1181점으로 갤럭시 S22 울트라(1623점)보다 낮았지만, 멀티코어 점수는 4145점으로 갤럭시 S22 울트라(3436점)보다 오히려 높았다.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 사진)와 포코 X6 프로의 긱벤치6 성능 테스트 결과.    이동수 기자

동작 속도가 플래그십 수준으로 빠르다보니 카메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유용성 등 다른 모든 평가 요소도 자연스레 플래그십과 비교하게 됐다. 이 경우 보이지 않던 단점이 부상했다.

 

우선 통화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덜 또렷했다. 다만 온라인에서 제기됐던 콜드랍(전화를 걸면 바로 끊어지거나 통화 중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현상) 문제는 없었다.

 

디스플레이 화질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6.67인치 플로우(FLOW)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로 풀HD와 QHD의 중간 정도의 해상도인데, 초당 재생(깜박임) 빈도인 화면 주사율을 최대 120㎐로 적용할 수 있어 화면 전환이 부드럽고 끊김이 없었다. 화면 색상은 밀도 높은 하얀색보단 어딘가 비어있는 창백한 하얀색으로 보였는데, 직접 화면 컬러 밸런스를 조절하면 어느정도 해결이 됐다.

 

카메라는 플래그십과 차이가 느껴졌지만 일상 사진을 찍기엔 충분한 스펙이었다. 64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에 800만 초광각, 200만 매크로까지 트리플 카메라로 30만원대 스마트폰에선 볼 수 없던 사양을 갖췄다.

포코 X6 프로로 찍은 강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리조트 전경. 포코 X6 프로는 형형색색의 코끼리 레고 조형물,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등을 잘 포착할 수 있었다.    춘천=이동수 기자
포코 X6 프로로 찍은 강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리조트 전경. 포코 X6 프로는 형형색색의 코끼리 레고 조형물,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등을 잘 포착할 수 있었다.    춘천=이동수 기자

UI는 장단점이 혼재했다.

 

샤오미의 자체 운영체제(OS)인 샤오미 하이퍼OS는 안드로이드폰와 아이폰에 있는 옵션이 거의 대부분 들어있어 사용자가 입맛에 맞는 UI를 꾸밀 수 있다. 화면 상단에 연결 속도, 통신사 이름 등을 표시할지 일일이 결정하고, 잠금화면이나 알림 스타일도 정하기에 따라 안드로이드폰 또는 아이폰처럼 보이게끔 설정이 가능했다.

 

다만 하이퍼OS 고유의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옵션을 바꾸는 기능은 UI 전문가에게 유용할지 몰라도 일반 소비자에겐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고민 없이 ‘예쁜 UI’를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에겐 결정해야할 요소가 많아 외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배터리는 플래그십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갤럭시 S22와 같은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고, 충전은 갤럭시 S22 울트라(최대 45W)보다 높은 67W 고속 충전을 지원해 일상 사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이제 결정할 시간이다. 갤럭시 S22 울트라를 고칠 것인가, 포코 X6 프로로 갈아탈 것인가. 기자는 수리비를 주고서라도 갤럭시 S22 울트라를 사용하기로 했다.

샤오미 ‘포코 X6 프로’ 대신 33만9000원 수리비를 내고 기존에 쓰던 ‘갤럭시 S22 울트라’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수리비 명세서.    이동수 기자

승부는 하드웨어 성능이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갈렸다. 간편 결제수단인 ‘삼성페이’, 삼성 스마트폰을 TV·모니터 등 외부 디스플레이에 연결해 데스크탑 PC처럼 사용하는 ‘삼성 덱스’ 등 삼성 고유의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타사 기기로 변경할 유인이 없었다.

 

무엇보다 기기간 데이터 이동이 불안정했다. 삼성의 ‘스마트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샤오미는 데이터 이동을 위한 앱으로 ‘미 무버’(MI Mover)를 제공하는데, 갤럭시 S22 울트라와 수차례 연동을 시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포코 X6 프로는 완벽한 폰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갓성비’(뛰어난 가성비)를 갖추며 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앞으로 출시될 새 스마트폰들은 당분간 포코 X6 프로의 가성비에 비교당할 것으로 보인다. 포코 X6 프로보다 몇배 높은 가격임에도 그에 걸맞는 성능과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할 땐 소비자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겠다는 예감이 든다.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