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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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성을 보여준다”… 일본 국보 된 한반도 금동관모 [일본 속 우리문화재]

도쿄국립박물관 고고전시실, 고대 한반도·일본 교류 실감
신라금관과 나란히 전시된 고훈시대 말모양 하니와
스에키 도기·기와 등 “한반도에서 들어와 일본도 시작”

도쿄국립박물관 헤이세이관 1층 고고전시실, 구석기시대∼에도시대 일본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조몬시대 토우, 야요이시대 동탁(銅鐸·종모양의 청동기), 고훈시대 하니와(埴輪·고훈시대에 무덤 외부를 장식한 토기) 등 여명기 일본사를 상징하는 특유의 유물을 보는 재미가 특히 크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헤이세이관 고고전시실 모습.

박물관이 관람객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어하는 유물은 ‘은상감명 큰칼’(銀象嵌銘大刀)인 듯 싶다. 전시실 내에 독립된 공간을 만들고 유일하게 영상을 가미해 보여주고 있다. 5세기 일본의 정치, 사회, 경제 등의 면모를 전하고 있어 “일본 고대사에 있어 제1급 사료”로 간주되는 75자의 글자, 새와 물고기 등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칼의 나라’ 일본을 상징하는 가장 이른 사례로 보여 흥미롭다.

 

큰칼이 출토된 곳은 구마모토현 다마나시 에타후나야마(江田船山) 고분이다. 고대 일본 특유의 전방후원분으로 1873년 1월 4일 발굴됐다.  큰칼을 포함한 도검, 갑주 등 무기·무구류, 관모, 귀고리, 옥, 청동거울, 마구 등 많은 유물이 나와 일괄로 1965년 일본 국보에 지정됐다. 금제, 금동제 장신구는 한반도에서 수입된 것이 많다. 무덤의 주인은 “일본열도와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명칭)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유래품을 ‘선진성’으로 해석한 박물관의 설명이 눈에 띈다.

‘은상감명 큰칼’을 관람하는 관람객. 벽에 비춘 그림은 큰칼에 새겨진 새무늬다.

“금은제 치레걸이는 한반도와 거의 동등한 수준의 제품이다.…출토품은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왕권과도 교류했던 지방호족(유력자)들의 활동과 선진성을 다각적으로 말해 준다.” 

 

주요 유물은 한국에서 발굴된 것과 정말 닮았다.  

 

헤이세이관 고고전시실은 고대의 한반도, 일본 열도의 교류가 활발했고, 한반도 유래 문물이 당시 일본에 끼친 영향이 막대했다는 익히 알려진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곳이다. 주인공은 물론 고대 일본인들이 만든 유물이다. 그런데 한반도인의 손길을 거친 유물의 존재감이 꽤 크다. 한반도의 영향을 받아 일본인들이 만든 것들도 적지 않다. 에타후나야마 고분 출토품에 대한 설명처럼 박물관이 한반도 유래 유물의 선진성, 한반도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꽤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양국 역사 분쟁에서 일본의 고대사 왜곡이 단골 주제라는 점에서 보면 뜻밖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 금동신발(보물·왼쪽)과 에타후나야마 고분 금동신발. 사진=국가유산청, 일본 e국보 사이트
전북 익산 입점리 고분(사적) 금동관모(왼쪽)와 에타후나야마 고분 금동관모. 사진=국가유산청, 일본 e국보 사이트

한반도 유래 유물, 한반도의 영향을 받은 유물로 넘쳐나는 고고전시실을 좀 더 살펴보자.  

 

스에키(須恵器)는 야요이(弥生時代, 서기전 10세기∼서기 3세기 중엽) 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토기다. 저장용 옹기, 항아리, 접시, 단지 등이 만들어졌다. 5세기 말 이후 일본 각지 가마에서 생산돼 부장품으로도 활용됐다. 고분이 사라진 나라(710∼794)·헤이안(794∼1185) 시대에는 관공서, 사원에서 사용됐다. 스에키 기술을 토대로 회유도기가 생산되고, 중세도기로 계승됐다고 한다.

 

“스에키 관련 기술은 중국의 회도(灰陶)에서 유래한 것으로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도질토기로 발전했다. 4세기 말 이후 한반도와 일본의 교류로 도질토기가 들어온 후 5세기에는 일본에서도 제작되기 시작했다.”  

한반도 기술을 영향을 받아 제작된 스에키

박물관이 설명하는 스에키의 유래다. 

 

신라금관을 일본의 박물관에서 보는 것이 이색적인데 일본의 독특한 유물인 하니와와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더 흥미롭다. 그것을 보는 일본인 관람객의 감상이 어떤 것일까.

일본 고대문화의 독특한 산물인 하니와와 함께 전시된 신라금관

와카야마시 다이도지고분에서 출토된 집모양 도기(5세기)는 경남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집모양 상형도기(5세기 전반)와 많이 닮았다. 박물관은 “한반도의 도질토기로는 집모양을 비롯해 새, 말, 배 등 다양한 종류가 알려져 있다. 이 집모양용기는 일본열도에서는 다른 사례가 없어 도질토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집모양 도기(왼쪽)와 와카야마시 다이도지고분 출토 집모양 용기. 사진=국가유산청
나란히 전시된 일본풍 큰칼 손잡이 장식(왼쪽 2개)과 한반도풍 장식(오른쪽 5개)

무기, 무구는 한반도의 영향이 강했던 분야다. 큰 칼의 손잡이 부분 장식을 ‘한반도풍’, ‘일본열도풍’으로 나누어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왼쪽 두 개는 일본열도풍이고, 오른쪽 5개는 한반도풍이다. 

경주 분황사지 출토 기와(위쪽)와 일본 기와.

일본 고대역사서 ‘일본서기’에 따르면 일본의 기와제작은 588년 백제에서 ‘기와박사’ 4명이 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기와는 사원 등 일부 건물에 한해서만 사용됐다. 한반도 기와와 일본 기와가 놀랍도록 닮았다. 위 사진이 경주 분황사지 출토 기와, 아래 사진이 일본 기와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