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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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영국 총리 “아일랜드와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

스타머, 7일 더블린 방문해 양국 정상회담
영국 총리의 아일랜드 방문은 5년 만의 일
역사적 악연 깨끗이 털고 화합할지 주목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 정상으로는 5년 만에 이웃나라 아일랜드를 방문한다. 아일랜드는 수백년 동안 영국 식민통치를 받고 20세기 들어서야 독립국이 되는 등 영국과 역사적으로 악연이 깊은 국가다.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지난 보수당 정권과 달리 아일랜드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7일 더블린에서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들은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 등에 관한 기존의 합의를 존중할 것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이어 양국 경제인들과 만나 두 나라 간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뒤 네이션스리그 잉글랜드 대 아일랜드의 축구 경기도 함께 관람한다.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역사적 악연 탓인지 약 30년 전인 1995년 더블린에서 열린 두 나라 축구 대표팀의 경기는 폭동으로 인해 취소되고 말았다. 반면 10년 전인 2015년의 시합은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졌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오는 2030년 월드컵의 공동 개최를 목표로 함께 뛰고 있다.

 

전임 보수당 정권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아일랜드와 사이가 나빠졌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는 동안은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에 사람이나 상품의 이동이 원활했다. 국적은 달라도 한 생활권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영국이 EU를 뛰쳐나가며 북아일랜드의 지위가 모호해졌다.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보수당 정권 총리들은 북아일랜드가 마땅히 영국 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이는 아일랜드 그리고 EU의 반발을 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영국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보장한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준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상이 19세기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지난 7월 영국을 방문한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왼쪽)가 런던 외곽에 있는 영국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건배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든 잔에 담긴 음료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기네스 맥주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며 집권한 스타머 총리는 취임 후 아일랜드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들었다. 그는 최근 런던을 찾은 해리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더욱 협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백년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921년 당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자치국’의 지위를 얻었다. 영연방의 일부로서 영국 국왕을 계속 국가원수로 섬겨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 국민투표를 거쳐 영연방 탈퇴와 공화정 수립을 결정하고 이듬해인 1949년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다.

 

그런데 친(親)영국 성향이 강한 아일랜드 북부 지역은 독립을 거부하고 지금의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이에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분리시켜 아일랜드와 합쳐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아일랜드공화군(IRA)이란 단체를 조직해 영국을 상대로 수십년간 테러를 일으켰다. 1998년 미국의 중재로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비로소 IRA의 테러는 종식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