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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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지킨 선배 제주해녀 자랑스러워” 천연의 독도 바다 제주해녀 물질 시연

1950∼70년대 독도 수호 숨은 주역

“70년 전 우리땅 독도를 지킨 선배 해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독도 어장을 부지런히 누볐던 선배 해녀들처럼 물질을 해보니 너무 벅차고 가슴이 뭉클합니다.”

 

1950년대 일본 침략에 맞서 독도 수호에 앞장선 제주 해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제주해녀 독도 물질시연 행사 영상이 공개됐다.

독도 바다에 펼쳐진 태극기. 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경북 울릉도와 함께 지난 4일부터 3박 4일간 독도 연안 어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행사에는 1970년대 독도까지 가서 ‘바깥 물질(출향 물질)’을 했던 해녀 2명을 포함해 7명의 제주해녀와 관계 공무원 등 12명이 참여했다.

 

과거 독도에서 출향 물질을 했던 제주해녀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제주해녀의 역사적 가치와 헌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제주해녀 독도 물질시연 행사. 제주도 제공

참가 해녀들은 독도 앞바다에서 과거 물질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며 독도 어장의 해양생물 다양성 등 해양생태계를 확인하는 시연을 펼쳤다.

 

영상 속 독도에서 물질을 한 해녀들은 한목소리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 바닷속 독도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감탄했다.

 

푸른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이날만은 먹고 살기 위한 물질이 아닌 독도 바다 그 자체를 만끽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공개된 영상의 백미는 독도 바다에서 7명의 해녀가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순간이었다.

 

과거 독도를 지켰던 선배 해녀들처럼 만세를 외치며 독도 수호 정신을 되새기고 독도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독도 바다에 펼쳐진 태극기. 제주도 제공

김계숙 제주도해녀협회장은 “그 옛날 먹을 것, 입을 것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와서 물질한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그 해녀 선배님들 덕분에 우리도 오늘 와서 독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40대 제주해녀 김형미씨는 “독도에 와서 물질 시연을 한다는 것 진짜 꿈만 같은 일”이라며 “(독도) 바닷속에 감태가 얼마나 많은지 소라 크기가 한손에 안잡힐 정도였다”고 감탄했다.

 

김씨는 이어 “채취하면 안 되는 곳이라 눈으로만 구경하고 나왔는데 정말 여기서 살고 싶다.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고 힘차게 외쳤다.

 

1970년대 독도까지 가서 ‘바깥 물질’을 했던 제주해녀 장영미씨는 “19살에 왔다 간 뒤 딱 50년 만에 왔다”며 “이 독도를 절대로 뺏겨서는 안 되고 젊은 분들, 젊은 제주 해녀들이 와서 독도를 많이 알고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제주해녀들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일본어민에 고용돼 울릉도와 독도어장까지 바깥물질을 나갔다. 1950~1970년대에는 독도 의용수비대와 울릉도 어민들의 요청으로 매년 수십 명씩 독도어장에서 미역과 전복 등을 채취하면서 대한민국 영토 독도의 영유권 강화에 기여한 숨은 주역이다.

제주해녀 독도 물질시연 행사. 제주도 제공

제주해녀들은 마땅한 거처도 없이 물이 나오는 물골에서 생활하며 고된 물질을 이어갔다. 독도 의용수비대와 독도 경비대의 경비 활동에 필요한 물품 운반, 식수 보급, 식량 조달 등을 도왔으며, 독도 시설물 건립에도 참여했다.

 

제주도와 경북도는 2022년 8월 ‘해양 인문 교류 및 섬 생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독도와 해녀 교류 전시, 해양 문화 교류 행사 등을 펼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제주해녀 독도 물질시연 행사를 계기로 독도 수호 정신을 되새기고,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국제사회에 알려 나갈 계획이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독도 물질시연 행사를 통해 고향을 떠나 낯선 바다에서 물질을 했던 제주해녀들의 노고를 깊이 되새기며, 독도를 지켜낸 숨은 주역인 제주해녀들의 강인한 정신과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