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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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냥이’ 마지막 길, 이젠 지자체서 챙긴다

반려동물 장례 복지 눈길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추산
전국 장묘시설 70곳 그쳐 태부족

울산 북구, 정부 한시적 허용 받아
1년 동안 이동식 화장·장례 무료
광주 남구와 대전시는 비용 할인

‘멍냥이(개·고양이)’와 같이 생활하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의 장례를 챙기고 있다. 지자체 주민 장례 관련 복지정책처럼 멍냥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자체가 직접 돌보는 복지책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차. 울산 북구청 제공

울산 북구는 이달부터 1년간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장례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멍냥이를 집 근처에서 바로 화장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차량을 이용하는 이색 장례 서비스다. 구청에 반려동물을 등록한 북구 주민들은 1년간 기본 화장비 15만원을 내지 않고, 무료로 멍냥이를 보낼 수 있다. 북구 측은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정 화장 업체에 주민이 바로 연락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례를 신청하면 반려동물 서비스 차량이 신청자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곤 반려동물을 싣고, 민가 등이 없는 한산한 곳(진장동 일대)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1~2시간 화장을 진행한 뒤 유골함에 담아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화장업체 관계자는 “화장 장비 내부 온도는 섭씨 800도까지 올라가지만, 단열장치 등이 충분해 화장 중에 기기 표면에 손을 대도 뜨겁지 않다”면서 “화장을 하면서 발생한 연기까지 한 번 더 연소한 뒤 배출해 대기오염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식 반려동물 장묘업은 현재 불법이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판단에 따라 한시적으로 특정 업체에만 허용했다. 이에 울산 북구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의 장례 복지를 챙기는 지자체는 울산뿐이 아니다. 광주 남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장제비를 20% 할인해준다. 대전시는 지역 동물 장묘업체와 협약을 맺어 화장비용을 10% 깎아준다. 서울시는 반려동물 추모관(부지 약 5000㎡)을 포함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경기 연천군 군남면 일대에 조성할 예정이다. 추모관은 서울에서 한 해 13만마리 이상 발생하는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제주는 장묘시설을 포함한 1만2000여㎡ 규모의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건립 중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인구의 17.4%이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20년 27.7%로 늘었다. 지난해엔 전체 인구의 30%인 1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사망하는 반려동물 수는 늘지만, 전국에 있는 동물장묘시설은 약 70곳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시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반려동물 사체를 야산에 불법으로 버리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에 달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장묘시설에서 화장 등으로 처리하거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의료폐기물로 소각해야 한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