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자신의 우산과 비슷하게 생긴 타인의 우산을 가져갔다가 검찰에서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60대가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직무대리가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A씨는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타인이 우산꽂이에 꽂아둔 시가 20만원 상당의 장우산 1개를 가져갔다. 이 우산에는 고가의 외제차 브랜드 마크가 붙어 있었다.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A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의 우산을 반환했고, 경찰 조사에서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절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2022년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A씨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는데도 이를 전제로 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정색 장우산으로 색상과 크기 등이 유사하다”며 “피해자의 우산은 청구인의 우산과 달리 손잡이에 비닐포장이 씌워져 있기는 했으나, 이는 사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착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사건 당시 62세로 과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신경심리검사를 받은 사실 등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