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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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이어 구찌도”…中 지갑 닫자 ‘김 빠진’ 명품기업들, 시총 321조원 증발

버버리, 15년 만에 런던 증시 FTSE 100서 퇴출
구찌 모기업 케어링과 휴고 보스 주가 41%, 47% 하락

콧대 높던 유럽 명품 기업들이 중국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7월16일 런던 리젠츠가에 있는 버버리 매장 전경. AP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럽 명품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약 2400억달러(약 321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의 럭셔리 주식 지표를 보면 명품 주식들은 지난 3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2400억달러가 하락했다.

 

영국의 명품 패션 하우스 버버리(BURBERRY) 그룹은 지난 1년간 주가가 70% 이상 하락했다. 올해만 놓고 봐도 57% 하락이다. 런던 증시 대표 지수인 FTSE 100 기업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지난 4일 퇴출됐다. 

 

1856년 영국에서 설립돼 2002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버버리는 특유의 체크무늬와 트렌치코트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트렌치코트를 '버버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주요 명품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주가가 급락했다.

 

구찌 모기업 케어링과 휴고 보스도 주가가 각각 41%, 47% 하락했다. 한때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케어링은 현재 23위까지 추락했다. 

 

시가총액으로 유럽 최대 기업이었던 LVMH는 2위로 밀려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LVMH 주가는 17% 하락했다. 버버리와 케어링, 휴고보스는 수익성 저하 경고를 발표했고, LVMH는 핵심 부문인 가죽 제품에서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GAM 펀드매니저 플라비오 세레다는 내년에 명품 기업들의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잔나 푸츠 UBS 애널리스트는 명품 부문 성장이 장기간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하반기와 2025년 매출 성장 추정치를 낮추고 명품 업계가 몇 년 간 호황과 가격 상승 이후 고유한 사이클로 접어든다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의 에두아르 아우빈은 LVMH와 리치몬트가 중국 경기 침체에 특히 취약하다며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VMH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매장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홍콩 고급 쇼핑몰은 비어있고,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은 수출 감소로 정부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더욱 불길한 징조는 한때 파리, 밀라노, 홍콩의 명품 상점으로 몰려들던 중국 부자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경기 하강으로 인해 값비싼 물건에 대한 그들의 수요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